신약개발 중심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종근당이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그간 이익 성장 정체로 국내 동종 제약사 대비 영업가치가 낮게 평가돼 왔으나, 노바티스가 도입 후보물질을 핵심 파이프라인에 편입시키면서 재평가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종가(8만5000원) 기준 종근당의 시가총액은 약 1조1732억원이다.
◇‘넥스트 엔트레스토’ 찾는 노바티스…CKD-510 전략자산 부상
노바티스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PKN605′를 임상 2상 단계의 심혈관·신장·대사(CRM) 파이프라인으로 소개했다. PKN605는 노바티스가 종근당으로부터 도입한 HDAC6 저해제 ‘CKD-510’의 새 개발명이다. 당초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물질로, 2023년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됐다. 현재 적응증은 심방세동이다.
CRM은 노바티스의 4대 주력 축 가운데 하나다. 특히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특허 만료로 차기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노바티스는 지난해 미국 신약 개발사 투르말린바이오를 인수하고, 중국 아르고바이오파마의 후보물질을 다수 도입하는 등 CRM 역량 강화에 자원을 투입해왔다.
시장은 해당 파이프라인에 CKD-510이 공식 편입되면서 노바티스의 개발·상업화 의지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 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영업가치 1조7000억원과 CKD-510의 위험조정순현재가치(rNPV) 2107억원을 반영한 값이다. rNPV는 2033년 출시를 가정하고 시장 점유율, 마일스톤·로열티 조건, 성공 확률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
영업가치는 소폭 상향 조정한 12개월 선행 EBITDA에 유한양행을 제외한 국내 상위 제약사 평균 EV/EBITDA 13.5배를 적용했다. 종근당의 EV/EBITDA는 그간 약 8배 수준으로, 동종 제약사 대비 20~30%가량 할인돼 왔다.
노바티스가 심방세동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뇌졸중 예방 목적(항응고)의 FXI 억제제 ‘아벨라시맙’과 CKD-510 두 건이다.
김승민 연구원은 “노바티스가 심방세동 치료의 두 축인 ‘뇌졸중 예방’과 ‘심율동 조절’을 모두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CKD-510 임상 2상 최종 결과는 2027~2028년 확인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간 데이터 업데이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PKN605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1차 완료 예정 시점은 2027년 9월 9일이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심방세동은 기존 치료제의 독성 우려와 심율동 효과의 한계로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높은 질환”이라며 “노바티스는 심혈관 질환 분야에서 다양한 모달리티를 포함한 파이프라인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CKD-150 역시 후속 임상 결과에 따라 신약 가치가 본격 재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종근당 ‘신약 체질’ 전환 가속…인프라 베팅에 전담 자회사도
노바티스 내 CKD-510의 입지가 확인되면서 종근당의 연구개발(R&D) 전략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종근당은 2014년 지주사 체제 출범과 함께 신약개발을 ‘제2의 창업’으로 규정했다. 2017년 중앙연구소를 기술연구소와 신약연구소로 확대 개편하며 R&D 투자 확대에 나섰다. 이후 매출 대비 10%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지속 투입, ▲2021년 1635억원▲2022년 1814억원 ▲2023년 1513억원 ▲2024년 1574억원 ▲2025년 1675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개가 넘는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배곧 바이오 복합연구개발 단지 조성이다. 종근당은 이를 기점으로 R&D 중심 체제 전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 운영비 일체를 포함하면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기간은 2033년까지다.
이를 위해 10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자사주 전량인 62만6712주를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611억원을 확보했다. 조달한 자금 1611억원은 모두 배곧 단지 조성에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자금 조달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를 출범하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후보물질 도입과 임상개발, 기술이전을 전담하는 NRDO 모델을 표방한다. 국내에서 NRDO 대표 기업으로 꼽혀 온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현 파라택시스코리아) 출신 인력도 잇따라 임원으로 영입했다.
◇성과 가시화는 장기전…임상·배곧·아첼라 모두 ‘변수’
변수는 CKD-510의 임상 2상 성공 여부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2상은 의약품 개발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2상 후보물질 중 28.9%만이 3상에 진입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개발 권리를 이전한 이후 노바티스와 임상 개발 과정에 대해 별도로 소통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임상 단계 진전에 따라 마일스톤을 수령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관련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절차적 소통은 이뤄진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노바티스의 임상 2상 진입에 따라 약 69억원을 수령한 바 있다. 구체적인 마일스톤 지급 구조는 계약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개발이 성공할 경우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수령하게 된다”며 “성과가 가시화되면 가치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자체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지만,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실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그동안은 R&D 역량과 재무 체력을 함께 다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성과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는 종근당이 보유한 3개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추가 임상 진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배곧 단지 역시 완공 이후 곧바로 실적에 기여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의약품 생산시설의 경우 각종 인허가 절차가 관건으로, 준공 이후에도 허가 일정에 따라 가동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 1조6924억원, 영업이익 8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8.9% 감소했다. 2024년 영업이익 감소율(59.7%)과 비교하면 낙폭은 축소됐지만, 수익성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