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소 손미영 박사 연구팀./뉴스1

사람의 장과 유사한 구조·기능을 구현한 세포 모델이 개발돼, 신약의 부작용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평가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5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국가아젠다연구소 손미영 박사 연구팀은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정상 장 세포 ‘hIEC’ 모델을 통해 신약의 위장관 독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정밀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위장관 독성이란 약물 투여 후 구토, 설사, 점막염 등 장 손상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말한다. 이는 임상 중 치료 중단이나 용량 감소로 이어져 신약 개발 실패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러한 부작용은 장의 보호 기능이 먼저 약해진 뒤 염증과 조직 손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변화를 빨리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위장관 독성 평가는 주로 대장암 유래 세포(Caco-2)를 사용하거나, 세포가 완전히 죽은 뒤에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에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실제 인체의 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초기 독성 신호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hIEC’ 모델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세포, 점액을 분비하는 세포 등 실제 사람의 장을 이루는 다양한 세포를 갖추고 있다. 특히 장의 보호 기능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경상피 전기저항(TEER) 값이 실제 사람 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실험실에서도 사람 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실제 약물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항암제, 표적치료제, 소염진통제 등 임상에서 사용되는 17종의 주요 약물을 적용해 독성 예측 정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위장관 독성을 94%의 정확도로 예측했다. 또 기존 방식으로는 파클리탁셀 등 항암제에서 확인할 수 없던 초기 단계 장벽 손상을 92% 민감도로 잡아내 성능을 입증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모델은 불필요한 임상 실패를 줄이고 동물실험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실제 인간의 장 기능을 정밀하게 모사한 모델을 통해 약물 유발 장 손상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 기반 장 독성 정밀 예측 플랫폼으로의 활용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증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초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