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박재현(57) 대표이사가 대주주 신동국(76) 한양정밀 회장 측과의 갈등과 관련해 “한미를 비리나 일삼는 조직으로 매도하는 시도를 대표직을 걸고 막겠다”고 밝혔다.

신동국 회장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와 한미약품 지분 9.05%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재현 대표는 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사내 타운홀 미팅을 열고 최근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임직원은 약 100여명이다.

박 대표는 조선비즈의 보도([단독]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성추행 임원 처분, 대주주 신동국 회장이 막았다”)이후 제기된 각종 해석과 신동국 회장 측의 반론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박 대표는 “대주주 측이 저를 ‘연임이나 청탁하러 온 사람’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인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며 “녹취가 있었던 날, 제 연임을 부탁하러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 회장은 2024년 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손잡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약속하며 가족 경영권 분쟁을 매듭지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신 회장이 약속과 달리 경영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잇달았다.

특히 지난해 말 발생한 임원의 성추행 처리 문제를 두고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 대해 박 대표가 중징계를 추진하자, 신 회장이 이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대표는 그 근거로 신 회장과의 면담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시했다.

한미약품 그룹의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2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경영 간섭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지윤 기자

그러자 신 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성추행 임원 징계 과정에 간섭하지 않았으며, 박 대표가 연임 청탁을 목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가 다시 반박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박 대표는 녹취가 이뤄진 신 회장 면담 당시 약 40분간의 대화에서 부당한 경영 간섭 이유를 물었으며, 한미 구성원을 비리 조직처럼 취급하는 발언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모욕감을 느낀다”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연임 문제는 대화의 맥락 속에서 언급됐을 뿐이라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미를 비리 조직으로 매도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한미그룹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자, 33년간 몸담아온 제 삶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을 향해 세 가지 공개 질의를 던졌다.

우선, 대주주(신 회장)가 회사의 공식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예정 사실을 사전에 알린 경위를 따졌다. 박 대표는 녹취가 이뤄진 9일 이미 사안이 종결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가해자에 대한 최종 처분은 2월 13일 이뤄졌다”며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대주주가 자신을 ‘대통령’에 비유하며 “대표를 패싱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 보고 듣는 게 왜 문제냐. 대통령이 국무총리하고만 일하느냐”고 발언한 점도 문제 삼았다.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음은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의 원료를 미검증 중국산으로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원료를 바꿔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이미 복용과 처방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품질 경영’ 정신을 언급하며 “이 가치는 임직원과 고객,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함께 지켜야 할 헌법과도 같은 가치”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공식 임기까지 이 정신을 보존하고 지키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며 “임성기 정신을 훼손하는 시도에 대해 침묵하지 말아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지금의 갈등이 경영진과 대주주 간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6개월, 길게는 1년 후에는 구성원 각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