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보유했던 농축 우라늄의 안전성과 행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 과학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에 따르면, 현지 핵 전문가들은 공습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망이 차단되면서, 이란이 핵 물질을 은밀히 빼돌려 재가공할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기급에 못 미치는 현재의 농축 우라늄만으로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핵폭발 장치 제조가 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행방 묘연한 농축 우라늄
현지 핵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초 이란이 보유하고 있다는 농축 우라늄의 행방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습 직전까지 이란이 핵무기 10기를 만들 수 있는 양(60% 농축 우라늄 441㎏)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 물질들이 파괴됐는지 혹은 은밀한 곳으로 빼돌려졌는지조차 더욱 알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란은 지난해 공습 이후 모든 핵 시설에 대한 IAEA의 현장 점검을 막고 있다.
전 세계 25만명이 넘는 과학자 및 전문가 연합체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서 활동하는 핵 전문가 에드윈 라이먼은 “사찰단의 접근이 차단된 상태에서 이란이 핵 물질을 회수해 재가공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현재 이 우라늄이 무기급(90% 이상)으로 완전 농축되지 않았다 해도, 마음만 먹으면 이것만으로도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더티 밤(조악한 핵폭발 장치)’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라이먼은 “현재 상태만으로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핵폭발 장치 여러 개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란의 핵 무장 강행 가능성 커지나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늦추는 대신 오히려 이란 내 극단주의자들이 핵 무장을 강행할 명분만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이번 공습을 계기로 오히려 ‘핵 무장만이 살길’이라고 보고, 더 깊은 지하에서 은밀한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인접국에서 방사능 이상 수치가 감지되진 않고 있다. IAEA 사무총장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는 “현재까지 이란 핵 시설 내 피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접 국가들의 방사선 수치 역시 평소와 다름없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어, 현재까지 방사능 유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에번 쿠퍼 연구원 등은 “이것만으로 안심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으로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가 헤즈볼라나 이슬람국가(ISIS) 등 이란의 대리 세력에 의해 전용될 위험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