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3월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김동하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은 최근 3년 동안 독창적인 연구 성과로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매달 1명을 선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기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명칭을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차세대 초분자 키랄 광학 소재 기술을 개발해, 빛의 성질을 나노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번 성과는 광학과 나노기술 분야의 활용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키랄성이란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닮았지만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 성질을 말한다. 이런 특성은 분자의 기능과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 편광은 빛이 특정한 방향으로 떨리는 성질인데, 이를 정교하게 조절하면 3차원 디스플레이, 정보 보안, 바이오 이미징 같은 첨단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키랄 광학 소재는 주목받아 왔지만, 기존 고분자 기반 소재는 외부 환경 변화에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구조가 쉽게 변형돼 안정성이 떨어졌고, 특히 가시광 영역에서 적색 원편광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색의 원편광 발광 소재를 만드는 데 제약이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 모양 블록 공중합체를 활용한 새로운 공동 조립 플랫폼을 제시했다. 쉽게 말해, 분자들이 더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스스로 모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키랄 첨가제와 다중 수소 결합 방식을 적용해, 분자 수준의 키랄 정보가 더 큰 구조로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증폭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복합체가 나노벨트와 마이크로섬유로 이어지는 계층적 구조를 이루도록 하는 데 성공했고, 상온에서도 100일 이상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또 이 플랫폼에 비키랄 발광체를 넣어 적색을 포함한 가시광 전 영역에서 고효율 풀컬러 원편광 발광도 구현했다. 이는 기존 고분자 기술보다 더 높은 발광 효율을 보였고, 반복적인 가열과 냉각 이후에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아 광학적 안정성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지난해 8월 게재됐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시적인 분자의 키랄성 정보가 어떻게 거시적인 초분자 구조로 전달되고 증폭되는지 그 원리를 밝힌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소재 설계 원리를 구축하고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