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51구역 공군 기지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공방으로 외계인에 대한 논쟁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외계인은 진짜’라는 표현을 쓰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정보를 누설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설전은 빠르게 확산됐고, 온라인에서는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라는 반론이 뒤섞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계 생명체와 미확인비행현상(UAP) 관련 정부 문서를 공개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UAP는 과거 미확인비행물체(UFO)보다 넓은 공식 용어로, 공중·우주·수중 등에서 식별되지 않은 이상 현상을 포괄한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과학계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된 증거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 가설에서 통계로 바뀐 외계 생명체 논쟁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태양계 밖 행성, 즉 외계행성의 존재는 가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은 미 항공우주국(NASA) 아카이브 기준으로 외계행성 6107개가 확인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 영역’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행성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어디선가 지적 생명체가 생겼을 수 있다’는 논의는 통계적 문제로 바뀌었다.

이 논의를 대표하는 것이 이른바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이는 우리 은하에 교신 가능한 문명이 몇 개나 있을지를 추정하는 사고 실험에 가깝다. 별의 수와 행성이 있는 비율,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 지적 생명으로 진화할 확률 등 여러 변수를 곱해 보는 방식이다. 최근 연구자들은 별과 행성 수처럼 관측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들을 실제 데이터로 대체하면서, 막연한 추정보다 더 좁혀진 확률 기반의 논의를 시도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의 천문학자 애덤 프랭크와 W.T. 설리번은 드레이크 방정식을 수정해 외계행성 자료를 바탕으로 ‘우주 역사 전체에서 인류 외에 기술 문명이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확률’을 계산했다. 이를 통해 기술 문명이 생겨날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낮지만 않다면, 인류가 우주 역사상 유일한 사례일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봤다.

반면 신중론도 있다. 2020년 데이비드 키핑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구에서는 생명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등장했지만,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은 훨씬 뒤늦게 나타난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생명 자체는 비교적 흔할 수 있지만, 지능의 진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미생물이 우주 곳곳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처럼 문명을 이룬 존재는 드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키핑 교수는 “지구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한 통계적 확률만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라며 “지구 너머의 세계에서 지적 생명체를 찾는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유로파 클리퍼 우주선을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AFP연합뉴스

◇ ‘있을 법한데 왜 안 보일까’… 페르미 역설과 관측 경쟁

이 지점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페르미 역설’이다. 페르미 역설은 쉽게 말해 우주에는 별과 행성이 워낙 많아 문명이 여럿 존재할 법한데, 왜 우리는 아직 그 흔적을 뚜렷하게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이다. 이 역설은 외계 문명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라기보다, 더 정밀한 관측과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과학적 과제를 던지는 개념에 가깝다.

이에 관측과 탐사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NASA는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주 생명체 탐사에 나서 왔다. 최근에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 거주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했고, 토성의 위성 타이탄 환경을 조사할 비행 탐사선 ‘드래건플라이’도 추진 중이다. 또 2030년대를 목표로 더 강력한 차세대 관측 우주망원경인 ‘거주가능세계관측소(HWO)’를 개발하고 있다.

아비 로엡 하버드대 교수는 소형 망원경과 관측 장비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공을 지나는 UAP를 관측하겠다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외계지적생명탐사(SETI) 분야에서도 지구로 도달하는 전자기 신호를 탐지하려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나 조사 결과 가운데 외계 문명이 지구를 방문했다는 확정적 증거를 제시한 사례는 없다. 미 국방부 전영역 이상현상 해결 사무소(AARO)와 NASA가 꾸린 UAP 전문가 패널은 최근 10여 년간 다수의 미확인 현상을 기록했지만, 이를 외계 기술이나 외계 생명체로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NASA는 UAP 관련 FAQ에서 “고품질 관측 데이터가 부족해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고, AARO는 “현재까지 검증 가능한 외계 존재 또는 활동, 기술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