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고친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을 손질해 중증 환자에 대한 ‘최종치료 제공 역량’을 명문화했다. 기준을 못 맞추면 재지정에서 탈락한다.
전문의 추가 확보 기준도 강화했다. 그간 권역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이상을 두되, 전년도 응급실 내원 환자가 3만명을 넘으면 1명을 추가하고, 이후 1만명이 늘 때마다 전문의 1명을 더 확보해야 했다. 이제 5000명 늘 때마다 1명을 더 확보해야 한다.
다만 새 전문의를 대거 양성해 충원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27일 입법예고했다. 4월 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 지역응급의료센터 137곳이 운영되고 있다. 2024년 한 해 응급실 이용 건수는 784만473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증 환자는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기준 ▲1등급 1.8% ▲2등급 8% ▲3등급 52.0% ▲4등급 31.5% ▲5등급 5.7%다.
다음은 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고은실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정책실장, 장한석 응급의료정책연구팀장과의 일문일답.
-권역·지역센터가 지정 기준을 못 맞추면.
“재지정이 안 된다. 현행법상 3년마다 재지정을 한다. 3년 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존 기관도 탈락한다.”
다만 제재 일변도보다는 인센티브를 병행하겠다고 했다.
“응급실 근무 전문의가 2명 이상이면 지정 시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센터는 권역보다 여건이 열악하다. 기준 충족이 가능한가.
“전국 지역센터를 조사했을 때 다수가 기준을 못 맞출 상황은 아니었다. 인력 확보의 경우 간호사 기준은 높였지만, 전담 전문의 인정 과목 범위를 넓혀 부담을 완화했다.”
-권역센터 전문의 추가 확보 기준을 강화했다. 현재 미충족 기관은.
“전달체계 개편을 감안해 후보 기관까지 약 80곳의 인력을 대입해봤다. 2곳 정도가 미충족으로 나왔다. 다만 실제 지정은 60여곳 전후로 예상한다. 지정 대상 기관에는 부족 인원이 없을 것으로 본다.”
대규모 인력 증원은 필요 없다는 것.
“기존 인력이 기능에 맞게 재배치되거나 중증응급의료센터 체계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
-권역센터 ‘응급전용 수술실’ 지정 의무는 완화했다.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 수술은 마취과와 외과 협력이 핵심이다. 일반 수술실 체계가 이미 갖춰진 상황에서 전용 수술실을 따로 두면 오히려 비효율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수술실을 24시간 운영하면 상시 대기 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당직 체계 운영을 효율화하자는 취지다.”
-응급환자를 수술실 우선 배정하도록 했는데, 예약 수술과 충돌하면.
“정부가 세부 조정 기준을 정하진 않는다. 의료기관마다 내부 지침이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역센터에 응급전용 입원실·중환자실을 신설했다.
“최근 수년간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분석했다. 중환자실·입원실 부족으로 전원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필요한 최소 병상 수를 추계했다.”
권역센터 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판단이다.
“중증과 중등증 사이 환자를 맡게 될 지역센터에 부족한 만큼을 보완하는 구조다. 학회·병원협회와 협의를 거쳤다.”
-수용 불가 사유를 실시간 통보하도록 했다. 행정 부담은.
“현재도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을 통해 입력하고 있다. 새로운 절차를 추가하는 건 아니다.”
-권역센터 정보관리 인력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추가 비용은.
“병원별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응급의료기금에서 일부 지원한다.”
올해 응급의료기금 예산은 4950억원이다. 이 가운데 24억6000만원이 관련 지원에 쓰인다.
-전원·이송 핫라인 등 전용 회선 운영 비용은.
“기존에도 운영해왔다. 이번에 명문화한 것이다.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용 거부가 반복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규정은.
“현재 발의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시행규칙과는 별개다.”
-제재가 없으면 현장이 안 바뀌는 것 아닌가.
“역량이 되면 환자를 받는 게 원칙이다. 다만 개별 의료기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즉각 제재는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법 체계 안에서 정비해 나가겠다.”
-권역·지역센터 지원금은.
“건강보험 수가 지원이 있고, 평가 결과에 따른 보조금이 있다. 보조금은 종별·등급별로 차등 지급한다. 올해 기준, A등급을 받는 권역센터에게 6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권역·지역센터 평가 보조금 예산은 총 39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