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등 생명이 위중한 환자가 치료 기회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임상시험용의약품(임상약)의 비용 산정 기준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고가 바이오의약품 등 일부 임상약에 대해 환자에게 ‘원가’를 청구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가 원가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이어져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임상시험용의약품 치료목적사용 비용청구 관련 원가 세부항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임상약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제공자가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비용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한 민원인 안내서다.
‘임상시험용의약품 치료목적사용 제도’는 말기암 등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주치의가 식약처 승인을 받아 국내외 임상약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자나 제약업체 등이 약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임상약은 무상 제공된다. 그러나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처럼 제조 비용이 높은 경우, 임상약 제공자는 제조에 직접 소요된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직접 소요 비용’의 범위였다. 시설 유지비, 환경관리비, 연구개발비 등은 제외된다고만 규정돼 있었을 뿐, 구체적인 세부 항목은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환자와 제공자 간 비용 산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혼선이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원가 항목을 ▲임상약 제조에 직접 소요되는 원료비 및 재료비 ▲노무비 ▲제조경비로 한정했다. 연구개발비나 시설·환경 관리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원가 산정 기준을 제시해, 환자에게 부과되는 비용이 제조에 실제로 투입된 범위를 넘지 않도록 했다. 임상약 제공자가 자의적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식약처는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비용 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