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연구 분야에서도 ‘차이나 브레인’의 역습이 시작됐다.
중국이 2030년 치매 정복을 목표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면서 가시적인 연구 성과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24일 보도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치매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전 세계 치매 환자의 30%가량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전체 환자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현재 약 1500만명 수준인 중국 내 치매 환자 수는 급격한 고령화로 2050년쯤엔 6600만명에서 최대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이에 2030년까지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각종 연구와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치매 조기 진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신약을 빠르게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치매 연구에 속도 내는 中
네이처지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치매 주요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선전대 석좌교수인 커창 예 교수팀은 현재 혁신 신약 ‘BrAD-R13’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뇌에서 신경세포가 죽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는 BDNF 단백질 모방 수용체 약물이다.
기존 치매 치료제가 주로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플라크나 타우 단백질 덩어리를 없애는 데 치중했다면, 이 약물은 신경세포를 지키고 복구하는 기능에 집중했다. 먹는 알약으로 개발,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신경 썼다. 2024년 9월 안전성 테스트를 마쳤고,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네이처지는 “이 약이 성공한다면, 단순히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넘어 기억력을 보존하고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첫 번째 약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 수술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수도의과대학 부속병원과 국가노년질환임상연구센터 연구진은 최근 뇌의 노폐물 청소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수술법을 연구 중이다.
우리 뇌 속 뇌척수액은 뇌 조직 사이사이를 흐르며 알츠하이머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플라크’ 등 독성 노폐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뇌 전용 청소 시스템을 ‘글림파틱(Glymphatic) 체계’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 글림파틱 체계가 약해진다.
중국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 부위의 림프관과 정맥을 직접 연결하는 ‘림프-정맥 문합술(LVA)’을 치매 치료에 전격 도입했다. 이를 통해 뇌 속 독성 물질이 정체 없이 몸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유도한다. 네이처지는 “약물이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난제를 미세 수술이라는 역발상으로 해결하려는 파격 시도”라면서도 “다만 이 수술이 실제 뇌 속의 노폐물을 장기적으로 배출하고 환자의 인지 능력을 개선할지를 보려면 더 엄격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썼다.
치매 조기 진단 분야에서도 중국은 앞서고 있다. 홍콩 과기대는 최근 혈액 몇 방울만으로 치매 발병 15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기세
중국이 이처럼 치매 연구에 속도를 내는 것은 2021년부터 정부 주도로 ‘중국 뇌 프로젝트(China Brain Project·CBP)‘를 가동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7억달러(약 1조원)가 넘는 예산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30년까지 지방 정부와 민간 투자를 합쳐 수조 원 규모의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은 알츠하이머 연구 관련 논문도 왕성하게 펴내고 있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중국의 치매 관련 논문 편수는 최근 8000여 편까지 늘어나며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임상 시험 건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알츠하이머 임상 시험은 2021년 9건에서 2024년 107건으로 증가했다.
영국 치매 연구소 존 하디(Hardy) 박사는 “미국이 연구 환경에서 다소 폐쇄적으로 변하는 동안 중국은 전 세계 치매 연구의 거대한 허브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