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6대 암 조기진단율을 60%로 끌어올리고, 대장암 국가검진에 대장내시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폐암 검진 대상도 넓힌다. 암 생존자가 17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치료 이후 건강관리와 호스피스 제도도 함께 손질한다. 암 예방부터 치료, 생애 말기 돌봄까지 전 주기를 다시 짜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국가암관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
◇암 사망률, 美日 보다 낮지만…“고령화로 발생 증가”
정부는 1996년 ‘암정복 10개년 계획’ 1기를 시작으로 네 차례 암관리 종합대책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암 사망률은 미국·일본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암검진 대상 6대 암(위·유방·대장·간·폐·자궁경부)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9~2023년 69.9%로, 2001~2005년(50.7%)보다 19.2%포인트 상승했다.
2023년 기준 6대 암의 52.9%는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발견됐다. 이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92.0%에 달한다. 조기 검진의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암 발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예방 실천은 여전히 더디다. 2024년 암검진 수검률은 간암 74.6%, 유방암 63.5%, 위암 63.2%, 자궁경부암 60.1%, 폐암 52.1%, 대장암 40.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장암 수검률은 40%대에 머물러 있다.
암 환자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내에서 진단·치료·관리까지 마무리하는 체계가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존자 관리 수요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암 진단 후 5년을 넘겨 생존한 환자는 169만7799명으로, 국민 30명 중 1명(3.3%)꼴이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과 호스피스 활성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간 529만명 규모로 양적 확대에 집중해 온 암데이터 역시 이제는 질적 고도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밀 연구 기반 구축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런 여건을 반영해 ‘모두를 위한 암관리, 더 나은 건강한 미래’를 비전으로 ▲조기 발견 ▲지역완결 의료체계 ▲암생존자 돌봄 ▲AI 기반 연구를 4대 축으로 한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4개 분야, 12개 중점과제, 68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예방 가능 암’ 선제 대응…HPV 접종 남아까지 확대
예방 분야에선 2016년 제정된 ‘국민 암 예방수칙’을 전면 개정한다.
담배 정의를 연초 잎에서 연초·니코틴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에 맞춰 후속 관리도 강화한다. 주류 접근성 제한, 절주 홍보, 식생활 지침 마련, 비만 예방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 대상은 기존 12~26세 여성(18~26세는 저소득층 한정)에서 12세 남아까지 확대한다.
노인암·조기발병암·이차암 위험도를 분석해 임상 가이드라인과 예측 모델도 개발한다. 50세 미만에서 진단되는 조기발병암은 최근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80%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검진 분야에선 2015년 제·개정된 암검진 권고안을 재정비한다. 폐암은 미국·독일 등 해외 기준 변화를 참고해 대상 확대를 검토한다. 현재 국내 기준은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54~74세 고위험군이다.
대장암은 현재 50세 이상에게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실시하고, 양성일 경우 내시경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권고안 개정을 반영해 국가검진에 대장내시경 도입을 추진한다.
개정안에는 ▲45∼74세 성인을 대상으로 10년 간격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대장암 선별검사를 권고 ▲45∼74세 성인을 대상으로 1∼2년 간격의 대변 면역화학검사를 통한 대장암 선별검사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대상 미수검 알림을 강화하고, 중증장애인 암검진 안전편의관리비도 인상한다. 검진 결과에 따른 후속진료 기준을 마련하고, 판독 보조 등 AI 활용도 확대한다.
국가암지식정보센터를 통해 최신 암 정보를 제공하고, 국립암센터 소속 전문가가 답변하는 상담 채널도 활성화한다. 취약계층 대상 맞춤형 암 정보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암센터와 연계·배포할 계획이다.
◇지역암센터 ‘권역화’…소아암 거점 6곳으로 확대
치료 분야에선 지역암센터의 시설·장비를 보강하고, 국립암센터와 연구 컨소시엄을 구축한다. 명칭을 ‘권역암센터’로 바꾸고, 성과 평가를 거쳐 재지정하는 체계를 도입한다.
지역 내 연속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암 진료협력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암 전문 인력 양성과 지역 암등록본부 기능도 강화한다.
소아청소년암 거점병원은 5곳에서 6곳으로 늘리고, 시설·장비비를 지원한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치료 이후 장기 추적관찰이 중요한 만큼, 암생존자 통합지지사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항암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정밀의료의 임상적 효과도 분석한다.
국립암센터에는 혁신항암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한국형 암 임상연구 네트워크(KCON)를 구축한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확대해 국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암 의료이용 행태를 비교할 수 있는 핵심 지표도 개발한다. AI를 활용해 지역 격차와 취약계층 위험을 예측·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지자체·지역암센터·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와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생존자 30명 중 1명’…치료 이후 관리·연명의료 제도 정비
사후관리 분야에선 성인·소아 암생존자 통합지지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암종·생애주기별 맞춤 프로그램으로 고도화한다. 암생존기 관리계획(SCP)에 따른 일차의료 연계 모델도 개발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확대하고 서식을 개편한다. 말기 단계로 한정된 연명의료 유보·중단 가능 시점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확대를 검토한다.
가정형 호스피스 수가를 개선하고, 암 적정성평가 지표에 호스피스 상담률을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증상 관리, 심리·사회적 지원, 가족교육, 임종 돌봄을 포함한 표준 서비스 패키지와 사별가족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AI·빅데이터로 암 연구 고도화…“원본 데이터 공유 없도록”
연구 분야에선 유전체·단백체 등 멀티오믹스와 병리 데이터를 통합한 멀티모달 암데이터를 구축하고, 암 특화 AI 모델을 개발한다. 국가암데이터센터는 ‘국가암AI·데이터센터’로 확대 개편한다.
원본 데이터 공유 없이 공동 연구가 가능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암데이터 결합·분석을 지원하는 데이터 코디네이터도 양성한다. 희귀·난치암 다기관 연구 역시 활성화한다.
전암단계 바이오마커 발굴, 액체생검 기술 고도화, CAR-T 등 세포·유전자 치료 연구와 치료 내성 예측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국민건강정보 DB와 암등록 통계를 연계한 통합 DB를 구축해 신규 통계를 생산하고, TNM 등 암등록 변수도 다양화한다. 암 초과 발생 등 이상징후 모니터링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2030년 조기진단 60%·수술 자체충족률 65% 목표
정부는 2030년까지 ▲6대 암 조기진단율 60.0% ▲10대 암 수술 자체충족률 65.0% ▲암생존자 삶의 질 85점 ▲암 특화 멀티모달 데이터 7만건 구축을 핵심 성과지표로 제시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국가암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예방과 조기진단을 강화하는 한편, 치료 이후 관리와 연구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암관리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겠다”며 “암 사각지대 없이 지역과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