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 운영중인 신한울1,2호기. 왼쪽이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렸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5조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광원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팀은 ‘원자력 에너지가 사회 후생에 미치는 영향과 재생에너지의 미래: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지난 9일 네이처 자매 학술지 ‘휴머니티스 앤 소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다.


◇“원전 비중 늘릴수록 사회 후생 커진다”

연구팀은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네 가지 발전 에너지원을 사용할 때의 발전 비용과 실제 전력 비중을 반영한 경제 모형을 만들었다.

‘동적 확률 일반 균형(DSGE)’이란 모델을 사용, 원전의 경제적 이득과 사고 위험 비용을 동시에 수치화하여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원전 비중을 늘릴수록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익(사회 후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전의 ‘가성비’가 주는 이익이 잠재적 원전 사고 가능성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정책을 적용한 분석도 내놨다. 원전 확대 기조를 유지했던 박근혜 전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적용할 경우, 사회 후생은 0.6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였던 문재인 정부의 8차 전기본을 적용하면 사회 후생이 0.6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 후생 0.63%가 감소할 경우, 이를 2021년 한국 가계 최종소비지출 기준으로 환산하면 손실 규모는 5조3000억원 정도로 계산됐다.


◇“에너지 정책, 정권 따라 흔들려선 안 돼”

연구팀은 다만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최근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재생에너지의 후생 감소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LCOE)가 2021년보다 19.2% 넘게 감소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도 사회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책 입안자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한국 경제에 가장 이로운 방향은 정권에 따라 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멈추고, 투명하고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유지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