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드릴 가장 좋은 설날 선물은 책일지 모른다. 독서와 글쓰기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거의 4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년의 뇌 건강은 지적 자극을 주는 환경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안드레아 잠미트(Andrea Zammit) 미국 러시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글쓰기, 언어 학습 등 평생 학습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낮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2일 미국신경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 환자의 3분의 2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 최근 뇌의 비정상 단백질을 없애는 항체 치료제들이 나왔지만 조기 진단할 방법이 없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생 학습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5년 늦춰
잠미트 교수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지적 자극을 계속 받으라고 처방했다. 근거는 평균 80세인 1939명을 8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나왔다. 모두 연구가 시작될 때 치매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연구진은 18세 전에 지도책이나 신문을 자주 봤는지, 부모가 책을 자주 읽어줬는지 조사했다. 또 40세에 도서관 이용권을 가졌는지, 잡지를 구독했는지 조사하고, 80세 이후 독서나 글쓰기 빈도도 알아봤다. 인지적으로 얼마나 풍요한 환경에 있었는지 조사한 것이다.
연구 기간 동안 551명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으며, 719명은 경도 인지 장애를 보였다. 분석 결과 평생 학습량을 보여주는 인지적 풍요도가 상위 10%에 속한 사람들은 하위 10%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38%, 경도 인지 장애 위험이 36% 낮았다. 연령과 성별, 교육 수준 등의 요인을 조정한 결과이다.평생 학습량이 많을수록 치매 발병 시기가 최대 5년, 경도 인지 장애 발병 시기가 최대 7년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미트 교수는 “이번 결과는 노년의 인지 건강이 평생 지적 자극 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도서관 이용이나 평생 학습을 지원하는 공공 투자는 치매 발생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의 제안은 치매 환자의 60%가 있는 중·저소득 국가에 더 효과적인 치매 예방책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700만명이며, 2050년까지 세 배로 증가할 수 있다. 치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19년 현재 1조3000억달러(약 1877조2000억원)에 이른다. 뇌를 자극하는 교육에 대한 투자는 중·저소득 국가가 인재를 양성하면서 치매 부담도 줄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망자 뇌 부검 결과도 지적 자극 효과 입증
연구진은 읽고 쓰며 공부하는 지적 자극이 뇌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여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손상을 준다. 타우 역시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이음새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지만, 신경세포 안에서 변형되면 서로 엉킨 덩어리가 되고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진이 연구 기간 중 사망한 참가자의 부검 결과를 분석했더니평생 지적 자극을 받은 사람들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있었어도 사망 전까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보다 더 나은 기억력과 사고 능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더 느렸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의 이솔드 래드포드(Isolde Radford) 정책 담당자는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다”며 “이번 연구는 평생 정신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거의 40%까지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참가자들의 답변에 의지했다는 한계가 있다. 설문 조사에서 말한 어릴 때나 중년기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이번 연구는 평생 학습이 치매 위험을 줄인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지는 못하고, 단지 연관성을 보여줬다. 그래도 앉아서 획기적인 치매 약을 기다리기보다 도서관을 찾아 책 읽고 공부하는 것이 낫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 자료
Neurology(2026), DOI: https://doi.org/10.1212/WNL.0000000000214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