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엘, 한국유니온제약의 코스닥 신규상장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금융당국이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상장폐지(상폐) 심사 전담 조직이 신설되고 상장 유지 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는 바이오 기업 20여곳이 잠재적 심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상폐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코스닥 상장사는 시가총액 150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해당 기준은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순차 상향될 예정이다. 상폐 심사 전담 조직도 신설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 단계적 상향 (금융위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기준을 적용할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 300억원을 밑도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약 20곳으로 파악된다. 피씨엘, 한국유니온제약, 피플바이오, 동성제약 등이 해당 구간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피씨엘은 시총이 약 168억원으로 2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됐지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피씨엘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임상시험 자료 조작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가 취소됐고, 2024년 매출은 12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7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90% 무상감자를 결의했으나, 변경상장 신청을 기한 내 완료하지 못해 추가 규정 위반 사유도 발생했다.

한국유니온제약(216억원), 피플바이오(221억원), 동성제약(259억원) 등 200억~300억원 구간에도 다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상장 유지 요건이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순차 상향되는 만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상폐 또는 실질심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상장폐지가 결정된 곳은 카이노스메드, 파멥신, 제일바이오, 엔케이맥스 등 4곳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특례로 상장했지만 이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적자가 누적됐다. 현재 엔케이맥스와 카이노스메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절차가 보류된 상태이며, 제일바이오는 상폐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감사의견 문제로 심의가 이어지는 기업도 있다. 제넨바이오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적격성 심의를 받고 있다. 셀리버리와 카나리아바이오는 상폐 사유 발생으로 매매가 정지됐다. 유틸렉스는 불성실공시로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밖에도 세종메디칼, 아이큐어, 메디콕스, 에스디생명공학 등 다수 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이 상폐 사유 발생으로 실질심사를 받았고 현재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현장메신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 같은 기조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지역 간담회에서 “올해 약 150개사가 상장폐지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주 중 시총·매출액 기준 등을 포함한 상폐 기준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9년까지 시총 300억원, 매출액 100억원 미만 기업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사실상 앞당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순한 기준 유지가 아니라 적용 시점을 단축하거나 기준선을 추가로 높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구조개편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에서 신규 상장은 활발했지만 실적과 사업 성과가 부진한 기업이 장기간 잔존하면서 지수 정체와 시장 신뢰 훼손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상장 이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의 조기 퇴출을 유도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부실기업 정리를 통한 시장 신뢰 회복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R&D)은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정비를 위한 제도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 성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구조인 만큼, 단기 시총이나 매출 기준만으로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