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주는 것만으로 이기적인 행동이 줄어들 수 있을까? 최근 중국·스위스 연구팀이 뇌 특정 영역의 자극 리듬을 일치시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남을 돕는 모습을 보였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국 화둥사범대 후지에 교수팀과 스위스 취리히대 크리스티안 루프 교수팀의 공동 연구다. 이들은 뇌의 전두엽과 두정엽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서, 뇌 신호 박자를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훨씬 더 이타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PLOS생물학(PLOSBiology)’에 실렸다.
◇뇌에 자극 줬더니 …이기적인 그가 달라졌다
우리 뇌에는 ‘전두엽’과 ‘두정엽’이라는 영역이 있다. 전두엽은 이마 바로 뒤쪽, 머리의 가장 앞부분에 있다. 생각과 판단을 담당한다. 충동을 조절하고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정엽은 전두엽 바로 뒤에 있다. 머리 윗부분부터 정수리 부근에 위치한다. 정보를 모아 계산하고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촉각이나 공간 감각 같은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수학적 계산을 하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데 필요한 영역이다. ‘내가 손해를 보고 있는지’ ‘상대는 어떤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데도 쓰인다.
연구팀은 성인 참가자 44명을 모아, 이 두 영역에 동시에 미세 전기 자극을 가해봤다. 이때 두 영역을 같은 박자에 맞춰 자극하는 데 특히 신경 썼다. 전두엽에 10Hz(1초당 10번) 리듬 자극을 줬다면 두정엽에도 동시에 10Hz 리듬 자극을 주는 식이다. 두 뇌 영역이 같은 박자에 맞춰 흔들리면서 동기화되도록 한 것이다.
이후엔 참가자들에게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란 이름의 게임을 시켜봤다. 독재자 게임은 참가자가 자신과 다른 사람의 돈을 어떻게 나눌지 혼자 정하는 게임이다. 규칙상 자신이 다 갖고 남에게 돈을 주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뇌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은 똑같은 게임을 해도 그렇지 않을 때보다 상대방에게 돈을 좀 더 주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돈을 더 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기심을 이타심으로 바꾸는 ‘뇌 영역 소통’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났는지 컴퓨터 모델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단순히 전기 자극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뇌 영역이 함께 소통하면서 자기 이익뿐 아니라 상대방의 이익도 같이 따져보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루프 교수는 “전두엽과 두정엽이 함께 작동할 때 이타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감하면서 성과를 내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연구”라고 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뇌파 측정(EEG)과 뇌 자극 실험을 함께 진행해 이기적인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이타심’이 생기는지를 직접적으로 밝혀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