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고혈압 치료제에 다른 품목이 섞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혼입 규모와 회수 진행 상황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서로 다른 약이 섞이지 않도록 막는 것은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의 가장 기본 원칙이다. 대웅제약의 제조 공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웅제약이 홈페이지에 올린 '올메텍플러스정' 회수 공표문./대웅제약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7일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고혈압 복합제 ‘올메텍플러스정 20/12.5mg’에 대해 시중 유통품 영업자 회수 조치를 내렸다. 고혈압 단일제인 ‘올메텍정 20mg’과 혼입됐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메텍플러스정에는 혈압을 낮추는 올메사르탄메독소밀 20mg과 이뇨제 성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12.5mg이 함께 들어 있다. 반면 올메텍정에는 이뇨제가 포함돼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제조 공정은 정제 제조 후 병 충전과 라벨링을 거친다”며 “이번 사례는 병 충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웅제약이 혼입을 확인했다고 밝힌 병은 46개다. 회수 완료 수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추가 혼입 가능 규모와 회수 작업의 진행 정도에 대해서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약국의 불만 신고를 계기로 혼입 사실을 알게 됐으며, 지난달 9일 식약처에 회수 계획서를 제출하고 병·의원과 약국에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안내는 자사 홈페이지 게시물에 그쳐, 이미 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들에게 회수 사실이 제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메텍 라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대웅제약 매출의 2.3%(약 240억원)를 차지하는 주요 품목군이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중대한 관리 실패”라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혈압 치료제는 통상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처방되는 만큼,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복용할 경우 혈압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장기간 복용해 온 환자라면 성상(형태)을 보고 이상을 느껴 복용을 중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메텍플러스정은 적황색, 올메텍정은 흰색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대웅제약 본사./대웅제약

대웅제약은 다음 달 6일까지 회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규정상 위해성 2·3등급 의약품은 회수 개시 후 30일 이내 종료해야 한다. 단, 기간 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사유서를 제출해 지방식약청장의 승인을 받으면 연장이 가능하다.

식약처는 이번 사안을 위험 등급 2등급으로 분류했다. 해당 의약품을 사용했을 경우 일시적이거나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한 수준의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2등급이 부여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해당 제조번호 라벨이 붙은 모든 제품을 회수해야 해 작업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유통업체 수도 많아 절차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 출하 물량과 거래 업체 수는 밝히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번 사안이 의약품 포장 공정 중 작업자의 착오로 발생했으며, 해당 품목의 특정 포장 단계에서 나타난 개별적·일회성 오류라고 설명했다. 다른 제품이나 생산라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내부 규정에 따라 관련자와 책임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문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 개별 통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2023년 이후 이번 건까지 모두 다섯 차례 의약품 회수 조치를 받았다. 혼입, 불순물 검출, 안정성 시험 기준 초과 등이 이유였다. 계열사인 대웅바이오까지 포함하면 11건으로 늘어난다.

2024년에는 소아용 가래약 ‘엘도스시럽’ 일부 제품에서 타 제품 성분이 검출돼 위해성 2등급으로 분류됐고, 같은 해 9월에는 손발톱 무좀 치료제 ‘주플리에외용액’이 불순물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고 회수됐다.

수년간 회수 사례가 이어진 만큼 당국의 현장 점검이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전식약청이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제조 공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어 조사 기간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