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세포치료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를 ‘주사 한 방’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환자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던 기존 방식 대신, 체내에서 직접 치료 세포를 만들어내는 ‘인비보(In vivo) 카티’가 차세대 세포치료제로 부상하면서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일라이 릴리는 미국 바이오텍 오르나 테라퓨틱스를 최대 24억달러(한화 3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오르나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인비보 카티 기반 치료제로, B세포 자가면역질환을 주요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릴리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항체·저분자 치료제 중심의 기존 면역질환 포트폴리오를 차세대 세포치료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카티 세포치료제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한 번 투여하면 체내에서 증식하며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특성 때문에 ‘원샷 치료제’로도 주목받아왔다.
현재까지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등 총 7종의 카티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혈액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기존 카티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조작하는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해 치료까지 수주가 소요되고, 비용도 수억원에 달하는 한계가 있었다.
인비보 카티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체내에서 직접 카티 세포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상용화될 경우 자가면역 질환이나 암과 같은 만성 질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인비보 카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 결과도 나오고 있다. 벨기에 에소바이오텍(EsoBiotech)은 지난해 7월 단 한 차례 투여로 다발성 골수종 환자 4명 중 2명에서 완치를 의미하는 ‘완전관해’를 확인했고, 나머지 환자들도 암세포 일부가 사라지는 ‘부분관해’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 확보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에소바이오텍을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에 인수했고,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지난해 10월 인비보 카티 치료제를 개발 중인 오비탈을 15억달러(약 2조1850억원)에 인수했다.
에브비와 길리어드 역시 인수합병(M&A)을 통해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 인비보 카티 파이프라인이 개발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인비보 카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티 세포 치료제 ‘네스페셀(AT101)’을 개발 중인 앱클론이 대표적이다.
앱클론은 지난달 ‘인비보 카티’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 후보물질 ‘AT101(네스페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체내에서 카티를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앱클론은 고형암을 겨냥한 스위처블 카티 플랫폼 ‘zCAR-T(AT501)’도 개발 중이다. 스위치 분자를 활용해 카티 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함으로써 독성과 종양 표적 이질성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스웨덴 벤처기업 등 국내외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전달체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병원 방문 당일 주사 카티’라는 궁극적 목표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비보 카티 상용화의 관건은 소량의 유전 정보를 면역세포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서지넥스는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脾臟)으로 유전 정보를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전달체 기술의 완성도가 인비보 카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