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사람만 바꾼 게 아니었다. 전선 가까이에서 살아남은 개일수록 더 작고 마른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크라이나 리비우 국립 이반 프랑코 대학교 생물학부 이호르 디키이 교수, 마리야 마루치우 연구원 등이 함께 2023년 3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우크라이나 9개 지역을 떠도는 개 763마리를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국제 학술지 ‘진화 응용(Evolutionary Applications)’에 실렸다.
◇전쟁터에선 개 외형도 바뀐다
연구진은 우크라이나 동물 보호소, 수의사,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해 9개 지역에서 총 763마리의 개 모습을 조사했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부터 위험 지역까지 떠도는 개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선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살아남은 개들은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약 1.5로 크게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지역 개들의 BMI는 보통 2.4~2.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전선 지역의 개들이 유독 마른 편이었다.
또한 짧은 다리·처진 귀·납작한 주둥이처럼 ‘반려견’에 걸맞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특징은 줄어들고, 직선 귀와 보통 길이의 다리, 균형 잡힌 주둥이 같은 야생형 개들의 특징은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전쟁이 만든 굶주림, 폭발물이 많은 환경 등에 맞춰 개들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더 쉽게 말하면 개들의 모습이 갈수록 늑대나 코요테 같은 야생동물과 비슷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2년만에 바뀌었다
연구팀은 개들이 모습이 이처럼 바뀐 것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변화라고 봤다. 몸집이 작은 개일수록 지뢰를 덜 건드리고, 좁은 공간에 몸을 더 잘 숨길 수 있어서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쟁터의 개들은 모습 뿐 아니라 행동 유행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에는 혼자 돌아다니던 개들이 전선에서는 더 자주 무리를 지어 다녔다는 것이다. 이는 먹이를 찾거나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선 지역에선 혼자 있는 개보다 두세 마리 이상이 같이 다니는 모습이 더 자주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빨랐다는 사실에 또한 놀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과 1~2년 만에 전선의 개들과 다른 지역 개들 사이의 차이가 뚜렷해졌다”면서 “극한 상황에서 동물의 외형과 행동 유형은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