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항암신약 연구개발(R&D)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상장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대 주주인 유한양행의 증자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유상증자가 예고되자, 주주들 사이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결성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이뮨온시아 소액주주 연대는 “대주주 확약 없는 증자는 소액주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하면서 “회사와 대주주인 유한양행의 대처에 따라 비대위로 확대 개편해 본격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이뮨온시아는 연구개발(R&D)과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683만200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7415만5069주)의 약 23% 규모다.
이뮨온시아는 2016년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가 합작 설립한 항암신약 개발사로, 작년 5월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소렌토테라퓨틱스가 파산하면서 유한양행이 지분 66.2%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최대 주주의 참여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신약 임상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PD-L1 표적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IMC-001’ 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앞서 IMC-001의 임상 2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79%, 완전 반응률(CR) 58%로 나타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에 자금을 조달해 개발 페달을 계속 밟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는 급락했고, 기존 주주들의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기존 주주로선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보유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뮨온시아의 지난 6일 주가는 전일보다 18.73% 내려 8160원을 기록했다. 9일 정규장 종가는 8800원을 기록했다. 작년 5월 19일 상장 첫날 이뮨온시아의 주가는 7500원을 기록해 같은 해 12월 15일 1만5380원까지 올랐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린 상태다.
이뮨온시아 소액주주 연대는 “최대 주주인 유한양행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증자 참여 여부와 향후 자금 조달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참여권과 발언권 보장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주주와 기업 간 대립은 비단 이 회사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소액주주 연대 움직임이 커지며, 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싼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신약 연구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자 유상증자를 하면 증시에서 단기 악재로 해석되면서, 주가가 급락해 기존 주주들이 반발하는 식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바이오 기업은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1·2·3상, 인허가까지 통상 10년 안팎의 개발 기간과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연구·개발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 어려워, 특례 상장과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다.
지난해에만 부광약품, 큐라클, 텔콘RF제약, 네오이뮨텍, 강스템바이오텍, 샤페론, 젬백스, 오름테라퓨틱, 지놈앤컴퍼니, 현대바이오, 아리바이오 등 다수의 신약 개발 기업들이 유상증자 또는 전환사채 발행(CB)을 추진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개발 회사들이 상장 이후에 대형 투자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다 보니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구조가 형성되고, 개발·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유상증자가 잦아지면서 주주와 기업 간 갈등이 반복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건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의 한국 특별고문은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바이오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늘었다”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대규모 펀드 조성과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미국 대형 바이오 벤처캐피털(VC)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