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그룹이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한 자금·지배 구조 전략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너 3세의 경영 참여 확대와 지분 이전,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 등 재무 행보가 중장기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휴온스그룹의 전신은 창업자 윤명용 초대회장이 1965년 설립한 광명약품공업사다. 치과용 국소 마취제를 국산화했다. 1997년 윤 명예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33세였던 아들 윤성태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자금 압박에 IMF 경제 위기까지 겹쳤던 때였다. 윤성태 회장은 부친 별세 이후에도 사장과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다 2022년 회장이 됐다.
◇ 계열사만 13개, ‘외형 성장’ 이룬 오너 2세
윤 회장은 1997년 연매출이 6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를 2024년 8135억원 규모로 키웠다. 유리 앰플 주사제를 플라스틱 주사제로 바꿔 의료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비만 주사제, 비타민 주사제 등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2000년대 초반 큰 성공을 거뒀다.
윤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 히알루론산(HA) 필러 전문 바이오업체인 휴메딕스를 인수했다. 당시 매출 1000억원이 안 되던 휴온스가 수십억원의 누적 적자인 휴메딕스를 인수하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휴메딕스는 인수 4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했고, 아시아뿐 아니라 브라질 등 남미 국가로 진출했다. 휴메딕스의 2024년 연간 매출액은 1619억원, 영업이익은 431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휴온스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 아래 휴온스, 휴메딕스, 휴엠앤씨 등 3개 상장 계열사와 휴온스메디텍, 휴온스바이오파마, 팬젠을 비롯한 10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는 구조다.
지주회사 전환도 이뤘다. 인적 분할을 거쳐 2016년 지주회사 휴온스글로벌을 출범했다. 휴온스글로벌은 그룹 전반의 투자·재무·지배구조를 총괄하고, 그 아래 13개 계열사가 각각 의약품, 의료기기, 에스테틱,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맡고 있다.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은 윤 회장과 딜로이트컨설팅 출신 전문경영인 송수영 대표 각자 대표 체제이고, 휴온스를 비롯한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다.
휴온스는 미국에 수출하는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제를 비롯한 전문 약과 일반 약 등을 생산·판매하는 핵심 사업 회사다. 연속혈당측정기 등 의료기기 유통 사업도 하고 있다. 휴엠앤씨는 의약품·화장품용 유리 용기와 렌즈를 생산하는 한편, 화장품 부자재와 OEM·ODM 사업도 한다. 2024년 말 인수한 팬젠은 바이오시밀러와 임상용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공격적인 M&A로 완제의약품부터 원료, 용기·부자재, 의료기기, 바이오 R&D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된 헬스케어 밸류체인을 구축해 외형 성장을 이룬 것이다. 휴온스글로벌의 연결 매출액은 2021년 5746억원, 2022년 약 6643억원, 2023년 약 7583억원, 2024년 약 8134억원으로 매년 성장해 왔다. 2025년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 증가한 6229억원, 영업이익은 0.6% 늘어 712억원이다.
◇ 경영 복귀 이어 지분 확대…중장기 승계 포석
시장에선 지주회사 전환에 이어 경영권 승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승계 시 발생하는 막대한 증여·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지주사 지분만으로 그룹 전반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온스처럼 지주사 아래 핵심 수익원 사업 회사를 수직 계열화하면 사업 시너지와 함께 실적 방어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주사의 배당 여력을 뒷받침하고 현금 흐름이 지주사로 안정적으로 귀속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의 최대 주주는 윤 회장으로, 지분 43.84%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2022년 휴온스글로벌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작년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실제 장남을 중심으로 세 아들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부사장은 2024년 7월 상무로 오른 데 이어, 작년 7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부사장의 휴온스글로벌 지분율은 4.63%로, 지난해 2월 윤 회장으로부터 휴온스글로벌 주식 6만주를 증여받아 지분이 확대됐다.
휴온스글로벌 지분 3.02%를 보유한 차남 윤연상 휴메딕스 전략기획실장은 작년 3월 휴메딕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처음 진입했다. 휴온스푸디언스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삼남 윤희상씨의 휴온스글로벌 보유 지분은 2.73%로, 등기 임원은 아니다. 차남, 삼남도 장남과 함께 주식을 증여 받아 지분이 늘었다. 오너 3세들의 지분 이전 규모가 아직은 제한적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승계를 염두에 둔 작업이란 해석도 잇따라 나왔다.
◇ 자사주 EB로 빚 갚고 배당은 유지…승계 재원 지키기 ‘비판’
다만, 승계의 밑바탕이 될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의 재무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해 11월 25일 자사주 36만158주를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확정했다. ‘표면·만기 이자율 0%’라는 조건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자사주를 활용해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권을 부여하는 대신 이자 부담 없이 2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신주 발행이 따르는 전환사채(CB)나 유상증자와 달리 기존 자사주를 활용한 EB는 전체 주식 수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주주 가치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휴온스글로벌은 공시를 통해 시설자금 상환과 운영 자금 확보를 주요 목적으로 제시했다.
실제 휴온스그룹은 산업은행 등에서 빌린 시설대출금 약 1147억 원에 대해 매분기 92억원씩 갚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회사는 이번 EB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전액 채무 상환에 투입해 연간 약 2억4000만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조성한 그룹 통합 R&D 허브 ‘동암연구소’ 건립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순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 4.4%에서 작년 상반기 15.9%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6% 후반대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고, 본사 건물까지 담보로 잡혀 있어 추가 대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고금리 환경과 유동성 위기 속에서 휴온스가 고심해 선택한 카드가 자사주 기반의 EB였다.
다른 시선도 있다. 회사는 EB 발행 배경을 설명하면서 “작년 12월 분기 현금 배당 예정액 66억원을 포함할 경우 채무 상환 여력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현금이 부족해 빚을 내는 상황에서 배당을 줄이지 않고 자사주를 담보로 자금 조달에 나선 건 오너 일가의 승계 재원인 배당금을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휴온스그룹은 “이번 EB 발행은 경영 승계와는 무관한 재무적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승계보다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그룹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과천 휴온스동암연구소 건립과 함께 연구개발(R&D) 조직과 인프라도 재편했다. 2024년 10월엔 신성장 R&D 총괄로 한미약품, 차바이오텍, 종근당 등에서 임상 개발을 담당해온 박경미 지놈앤컴퍼니 부사장을 영입했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R&D를 중심으로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