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마운자로’ 제조사인 일라이릴리 주가가 4일(현지 시각) 실적 발표 후 9% 넘게 상승했다.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60조원) 고지에도 다시 차지했다. 전날 덴마크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과 대비된다.
릴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93억달러(약 2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3% 폭등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179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다. 주당순이익(EPS)은 7.54달러로, 역시 시장 전망치 6.91달러를 웃돌았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제약사, ‘왕좌’ 굳혔다
호실적을 이끈 것은 블록버스터 비만·당뇨 치료제다. 당뇨병 약 마운자로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폭등했다. 마운자로 매출은 74억달러, 젭바운드는 4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릴리 주가는 깜짝 실적에 힘입어 장중 1106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총은 1조500억달러(1533조원)로 지난해 11월 이후 내줬던 시총 1조달러 고지에 다시 올랐다.
릴리는 지난해 11월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시총 1조달러 고지를 차지한 바 있다. 현재 비(非)기술 기업 중 시총 1조달러의 벽을 넘은 것은 월마트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일라이릴리 세 곳뿐이다.
◇올해 낙관… 알츠하이머, 파킨슨 치료제도 확대
노보 노디스크가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과 특허권 만료, 미국 약가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일라이릴리는 올해 실적도 낙관하고 있다. 릴리는 올해 매출이 800억~830억달러, 조정 EPS는 33.50~35.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주사제인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기존 주 1회에서 월 1회로 바꾸기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먹는 비만약도 임상시험을 끝내고 미국, 일본, 유럽에서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강화했다. 현금 결제를 하면 저용량 젭바운드를 월 299달러에 투약할 수 있다.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라는 직접 판매 방식의 플랫폼을 구축한 덕이다.
비만 치료제 말고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올해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릴리는 자사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의 후속 주자로 개발 중인 신약 성분 ‘렘터네툭’의 3상 톱라인(3상 임상시험 핵심 결과)을 오는 3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도나네맙 판매 국가도 올해 우리나라 등을 포함해 더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엔 1.7조원을 들여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바이오 제약사 벤틱스를 인수했다. 벤틱스는 만성 염증을 조절하는 ‘NLRP3 억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 파킨슨병 대상 2상 바이오 마커 연구도 완료했다.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경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심장 대사·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유전자 편집 기술도 추가로 도입했다. 지난 달엔 독일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 심리스 테라퓨틱스와 청력 소실 적응증을 겨냥하는 연구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