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의 블록버스터 신약 특허 만료가 잇따르자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보통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기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의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는 대규모 시장 진입 기회가 새롭게 열린 것이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은 약 200개에 달한다. 이 중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인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70여 개로 추산된다. 이 의약품들은 현재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특허 만료 이후 제네릭·신약으로 이동하는 누적 자금 규모는 2000억~4000억달러(약 290조원~5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잇따라 특허 만료되는 블록버스터들
특허 만료를 앞둔 의약품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MSD(미국 머크)의 전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다.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2028년과 2031년에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최근 블룸버그 컨센서스가 예측한 키트루다의 지난해 매출은 315억달러(약 45조400억원) 정도였다.
국내 기업들은 이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마쳤다. 올해 9월엔 임상 3상 시험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7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에 진입했다. 2028년 7월쯤엔 임상 3상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특허도 2031년쯤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듀피젠트의 2024년 매출은 140억달러(약 20조17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종근당이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에서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1상 승인을 받았다. 경동제약도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기업 프로티움사이언스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와 듀피젠트 외에도 트렘피아(존슨앤드존슨·건선 치료제), 탈츠(일라이릴리·건선 치료제), 엔허투(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 항체약물접합체), 엔티비오(다케다제약·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오크레부스(로슈·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등 바이오시밀러 7종을 개발하고 있다.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20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셀트리온도 현재 노바티스·로슈 알레르기 치료제인 ‘졸레어’ 등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2038년 41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K신약도 도전
최근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 같은 복제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체 신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신약 파이프라인 16개에 대한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총 12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4중 작용제’로 만드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체지방 감량은 물론, 근 손실 부작용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임상 시험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도 내년부터 본 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 물질을 매년 1개 이상 추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엔 ADC 후보 물질(SBE303)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유한양행도 신약 개발 전담 법인 ‘뉴코’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도 지난해 자회사로 신약 개발 전문 회사 아첼라를 신설했다.
JW중외제약은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JW0061), 안과 질환 치료제(JW1601) 등을 개발하고 있다. JW0061는 최근 미국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시험 계획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