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CT-388’이 임상 2상에서 최대 22.5%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록했다고 2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비만치료제 선두 업체로 꼽히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효과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치다. 앞서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임상 시험에서 각각 평균 약 20%, 12~15%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 로슈는 이번 결과를 발판으로 임상 3상에 착수, 올해 비만치료제 시장 ‘톱3’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차 비만약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차 비만약 전쟁이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가 맞붙는 양강 구도로 진행됐다면, 2차 비만약 전쟁은 후발주자 기업들이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또다른 경쟁이 될 전망이다.
또한 1차에선 ‘누가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가’를 놓고 다퉜다면, 2차에선 ‘누가 더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효과를 내느냐’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비만약 전쟁, 로슈가 먼저 쐈다
로슈는 현재 ‘CT-388’을 포함한 5개의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CT-388 임상 2상 결과는 이 5개 후보 물질 중에서도 처음으로 공개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로슈는 2023년 2023년 카모트 테라퓨틱스를 27억달러에 인수하며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대거 확보한 바 있다.
CT-388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같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이중 작용 치료제다. 주 1회 주사하는 형태로 강력한 체중 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를 목표로 한다. 로슈는 CT-388외에도 아밀린 유사체 약물 ‘’페트렐린타이드' 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페트렐린타이드는 지난해 3월 로슈가 질랜드 파마로부터 52억5000만달러(약 7조4702억원)에 도입한 물질이다.
아밀린 유사체는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식후 호르몬 ‘아밀린’을 모방한 물질이다.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아밀린 유사체는 이미 먹은 음식이 빠르게 소화·흡수되는 것을 늦춰 포만 상태를 오래 지속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GLP-1 약물 부작용으로 흔히 나타나는 구토나 메스꺼움 등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로슈는 CT-388와 아밀린 유사체를 병용함으로써 살을 빼고 난 뒤에도 줄어든 체중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만 치료 전략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살을 급속하게 많이 빼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만 치료’로 시장을 확장함으로써, 양강 구도의 비만치료제 시장을 ‘3강’으로 바꿔놓겠다는 계획이다.
◇‘3위 쟁탈전’ 시작됐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암젠도 ‘비만치료제 시장 3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이자 역시 아밀린 유사체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작년 바이오기업 메세라를 10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아밀린 유사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했고, 현재 월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아밀린 유사체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하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효과가 더 길게 가는 비만 치료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초장기지속형(울트라 롱액팅) 아밀린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암젠도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암젠이 개발 중인 ‘마리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과 GIP 수용체 차단을 결합했다. 한달 1번만 맞는 형태로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감정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