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과학자회(BSA)가 지구 멸망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을 자정 85초 전으로 앞당겼다고 28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합뉴스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역사상 가장 종말에 가까운 시간을 가리켰다.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28일(현지 시각)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을 자정 85초 전으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 종말 시계’가 만들어진 1947년 이후 가장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작년(자정 89초 전)보다 자정에 4초 더 가까워졌다.

미 핵과학자회는 1947년부터 ‘종말 시계’의 시간을 발표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핵무기 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종말 시계를 만든 것이다. 핵과학자회는 지구 멸망의 시점을 자정(0시)으로 정하고, 이후 핵전쟁 같은 인류 존립에 대한 위험이 커질수록 시곗바늘을 자정 쪽으로 옮겨왔다.

처음 시계를 공개한 1947년엔 자정까지 7분이 남아 있었다. 1953년 첫 수소폭탄 실험이 성공했을 땐 ‘2분 전’이 됐다. 가장 안전했던 시점은 1991년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냉전 종식 직후로, 당시 시계는 자정까지 17분으로 뒤로 물러났다.

분침이 조정된 횟수는 이번까지 27번이다. 앞으로 19번, 뒤로 8번 옮겨졌다. 핵과학자회는 2007년 기후 변화를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시계도 점점 더 종말에 가까워지게 됐다. 특히 2023년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89초로 줄었다.

올해 유독 시계가 ‘종말’에 가까워진 이유에 대해서 핵과학자회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인 대니얼 홀츠 교수는 “핵전쟁 위협과 함께 무분별하게 확산 중인 인공지능(AI) 기술,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AI 도구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가 크게 늘어났고, 전 세계적으로 폭풍·홍수 등 기후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핵 위험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 조약이 만료를 앞두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92년 이후 처음으로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공중보건·과학 관련 기관 전반에 걸친 인력 감축과 예산 삭감을 해온 것도 영향을 줬다고 단체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