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투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불어나는 이른바 ‘요요 현상’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비만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단 한 번의 주사로 비만 완치 노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심장 전문의이자 바이오 기업 ‘프랙틸 헬스’의 창업자인 하리스 라자가고팔란은 최근 유전자 치료제 ‘레쥬바(Rejuva)’를 개발하고 있다. 단 한 번만 주사해도 우리 몸이 스스로 수년간 GLP-1 호르몬을 생성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다.
GLP-1은 식사 후에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낮추며 뇌의 식욕 중추와 위 배출을 조절해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을 휩쓴 ‘위고비’ ‘마운자로’는 모두 GLP-1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GLP-1은 반감기가 짧아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식욕이 다시 증가하고 체중도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레주바는 이 반감기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수 카테터(환자 몸속에 넣는 얇고 긴, 튜브 형태의 의료용 관)를 이용해 췌장에 소량 주입하면,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가 GLP-1을 지속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지방을 먹여 살찌운 쥐에게 레주바를 주입했을 때, 한 번만 주사해도 35일 만에 최대 29%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고 한다. 반면 마른 쥐에게 레주바를 투여했을 땐 21일 동안 체중이 6%만 감소했다. 레주바가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자가 조절’도 된다는 얘기다.
라자가고팔란은 “유전자 치료제를 활용하면 지금의 GLP-1 치료제 단점을 극복하고 비만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 지방 줄이고 근육 지키는 ‘차세대 기술’
미국 바이오 기업 ‘웨이브 라이프 사이언스’도 최근 유전자 치료 주사제 ‘WVE-007′를 개발하고 있다. 한 번만 주사해도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도록 유도하는 ‘INHBE’라는 유전자 활동을 낮춰주는 치료제다. ‘INHBE’ 활동을 낮추면 몸속 지방은 적게 생성되면서도 에너지 소모는 계속 늘어나 근육량은 줄어들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웨이브 라이프 사이언스는 현재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 136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이 중 일부(32명)를 대상으로 3개월 넘게 진행한 임상 1상의 중간 결과도 발표했다. 12주 만에 참가자들의 내장 지방은 평균 9%가량 줄었고, 근육량은 늘었다는 내용이다. 임상 중간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이 회사 주가는 150%까지 폭등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인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스’도 같은 유전자(INHBE)를 표적으로 삼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 7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지난 6일엔 이 중 일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약물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경우 16주 만에 내장지방은 9.9% 줄었고, 근육은 3.6% 늘어났다. 24주까지 두 번 투여했을 경우, 내장지방은 15.6%까지 줄었다.
업계에선 앞으로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이 같은 유전자 치료제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 환자들은 약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GLP-1 약물을 중단하는데,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유전자 치료제가 나온다면 환자들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계속 나온다. 일각에선 “유전자 치료를 통해 고농도의 GLP-1이 몸 속에서 계속 생성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인 만큼 부작용이 생겨도 이를 해독할 방법이 정확하지 않고,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