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51만8000원까지 올랐던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 주가는 지난 21일 하루 만에 22% 급락한 데 이어, 22일에도 0.80% 하락하며 37만500원까지 밀렸다. 시가총액이 이틀 사이 6조원 가량 증발하며 2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최근 공개된 미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자회사 테사로와의 기술 이전 계약 규모가 4200억원에 그치며 조(兆) 단위 계약을 기대했던 시장의 눈높이에 못 미친 데다, 머크(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 피하 주사(SC) 제형 매출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 역시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된 영향이 컸다. MSD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알테오젠의 로열티 지급 조건은 순매출의 2%로, 통상적인 기술 로열티 수준(3~7%)을 밑돈다. 이처럼 개별 계약 조건에 대한 실망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신약 가치를 평가할 때 ‘계약 총액’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구조적 문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술 수출 계약 총액은 잠재 가치 지표일 뿐”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기술 수출 계약에서 공시되는 계약 총액은 계약 시 지급되는 선급금과 임상·허가·상업화 등이 단계별로 성과를 냈을 때 지급되는 마일스톤, 제품 출시 후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를 합산 최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신약 개발의 잠재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이 숫자가 계약 체결과 동시에 신약의 현재 가치처럼 해석돼 주가에 반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알테오젠과 테사로 간 기술이전 계약이 대표적이다. 계약 총액 4200억원 가운데 93%인 3905억원이 마일스톤으로 구성돼 있다. 계약 체결 시점에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은 선급금 295억원뿐이다. 나머지는 임상 성공과 상업화라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만 현실화되고, 로열티 역시 실제 매출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미를 갖는다.
마일스톤은 본질적으로 ‘조건부 가치’다. 임상 후기 단계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 지급되지 않고, 파트너사의 전략 변경이나 개발 우선순위 조정으로 기술이 반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지난해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로부터 호흡기 치료제 후보 물질 ‘NCE401’의 기술 반환을 통보받은 티움바이오는 계약 총액 1099억원 가운데 21억원만 수령했다. 이처럼 계약 총액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구조적 숫자일 뿐, 확정된 기업 가치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관점에서는 선급금 비중 등 주목해야”
국내 회계 기준 전반에서도 신약 가치는 상당 부분 ‘가정’ 위에 놓여 있다. 자체 개발의 경우에도 신약은 통상 임상 3상 이후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단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무형 자산으로 계상된다. 이후 임상 결과가 부정적이거나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액은 손상 차손으로 전환돼 즉시 비용으로 반영된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평가된 신약 가치가 가정의 변화에 따라 재무제표에서 곧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기술 이전 계약은 후보 물질의 개발 단계에 따라 성공 확률과 가치가 달라진다”면서 “임상, 인허가 등을 통과해야 가치가 현실화하는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현재 가치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알테오젠 주가 급락을 계기로 기술 수출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동흠 엔터밸류 대표 회계사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계약 총액이 신약 가치의 확정치처럼 받아들여지며 주가에 선반영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기술 수출 경험이 있는 한 제약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계약 총액보다 실제로 유입되는 현금과 과거 마일스톤 수령 이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이행 가능성이 검증된 계약인지 여부가 실질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했다.
☞마일스톤(Milestone)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계약에서 신약 개발 과정의 특정 단계가 달성될 때마다 지급되는 조건부 대가. 임상 진입, 임상 성공, 허가 획득, 상업화 등 사전 합의된 기준을 충족해야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