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에 탑재된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촬영한 뱀자리 성운 이미지. 뱀자리 성운은 새로 형성되는 별들(약 10만년 된 별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NASA

뜨거운 환경에서만 생기는 광물이 차가운 혜성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천문학계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이 질문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이정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진은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국제 연구진과 함께 별이 태어나기 직전 단계인 태아별이 갑자기 밝아지는 ‘폭발기’에 규산염이 결정화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결정질 규산염이 바람을 타고 혜성이 만들어지는 바깥쪽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2일 게재됐다.

규산염은 지구 지각 물질의 약 90%를 차지하고, 지구형 행성과 혜성을 이루는 핵심 성분으로 꼽힌다. 특히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갖춘 ‘결정질 규산염’은 통상 6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극도로 차가운 태양계 외곽의 혜성에서 결정질 규산염이 발견되면서 ‘고온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어떻게 먼 외곽까지 이동했는가’라는 의문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뱀자리 성운에 있는 태아별 ‘EC 53’에 주목했다. 이 천체는 약 18개월 주기로 밝기가 변해 폭발기(밝을 때)와 휴지기(어두울 때)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관측 시간을 확보해 2023년 10월과 2024년 5월, EC 53의 두 단계를 각각 관측했다.

그 결과 폭발 단계에서만 결정질 광물의 데이터가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서 말하는 폭발기는 태아별이 주변 원반에서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이 갑자기 강해지는 순간이다. 별을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분자구름이 중력으로 뭉치며 태어나고, 그 중심에 태아별이 생기면 주변에 납작한 원반이 만들어진다. 태아별은 이 원반에서 물질을 끌어당겨 몸집을 키운다. 이 과정에서 태아별 표면의 충격이 커지고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돼 별이 급격히 밝아지는데, 연구진은 이 순간이 원반의 화학 상태를 뒤흔들어 규산염 결정화를 촉발한다고 봤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원반 안쪽에서 생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원반풍’에 의해 차가운 외곽으로 운반될 수 있음을 밝혔다. 원반풍은 원반 표면에서 바깥으로 불어 나가는 바람으로, 연구진은 바람이 만들어 내는 물질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혜성에서 결정질 규산염이 발견되는 이유를 설명할 단서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 결과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규산염 결정화와 이동이라는 두 수수께끼를 한 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스피처 우주망원경 관측에서 단서를 포착하긴 했지만, 해상도와 감도 한계로 원반과 주변 구조를 세밀하게 분해해 보기 어려웠다.

이정은 교수는 19일 브리핑에서 “JWST가 훨씬 큰 거울로 빛을 모으고, 높은 분해능을 갖춘 덕분에 태아별 주변 작은 구조의 방출 흐름까지 나눠 관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표본을 늘려 보편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하늘을 주기적으로 훑는 전천 탐사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 등을 활용해 갑자기 밝아지는 태아별 후보들을 찾아내면, JWST로 정밀하게 후속 관측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태양 역시 태아별 시기를 거쳐 태어났고, 태양계의 행성과 소행성, 혜성은 태양 주변 원반에서 만들어졌다”며 “태양도 EC 53와 같은 과정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번 관측은 태양계뿐 아니라 다른 별 주변 행성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9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