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반세기 만에 또다시 은빛 달로 향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Ⅱ’ 임무를 이르면 다음 달 6일에 진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이뤄지는 유인(有人) 우주선 발사다. 이를 위해 NASA는 지난 17일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우주선(캡슐) ‘오리온’이 결합된 발사체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의 발사대로 이동시켰다. 역사 속 흑백 사진으로 접했던 인류 달 탐사의 여정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반세기 만에 달로 가는 인류
‘아르테미스’ 임무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 정책 지침 1호’에 서명하며, 아폴로 계획 이후 중단되었던 유인 탐사 재개를 국가적 우선순위로 삼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 굴기를 견제하고 미국의 우주 패권을 지키는 동시에, 민간 주도 우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후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을 계승·확장하며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갔다.
2022년은 ‘아르테미스 I’ 임무가 성공한 해다. 그해 1월 NASA는 SLS에 무인 우주선 오리온을 실어 보냈다. 당시 오리온은 센서가 부착된 마네킹을 태우고 달 궤도를 돌아 약 25일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다음 달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II’는 실제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는 유인 시험 비행이다. 당초 이 임무는 2024년 말 또는 2025년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아르테미스 I’ 임무 수행 과정에서 우주선의 방열판이 예상보다 많이 마모됐고, 오리온 내부의 생명 유지 장치 및 배터리 회로 시스템에서도 설계 결함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일정이 수차례 늦춰진 탓이다. 이후 보완 작업을 거쳐 올해 발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발사체는 높이 98m에 무게가 약 5000t에 달한다. 다음 달 2일쯤 최종 발사 점검 리허설(WDR)을 실행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발사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다음 달 발사 가능일은 6~8일과 10~11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선 3~4월로 늦춰질 수도 있다.
◇여성·흑인·非미국인도 달에 간다
아르테미스 II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는 총 4명이다. 지휘관인 리드 와이즈먼을 비롯해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흐 등 NASA 소속 3명과 캐나다 우주청 소속 제러미 핸슨이다.
이들이 임무를 완수한다면, 크리스티나 코흐는 달로 향하는 최초의 여성, 빅터 글로버는 달로 간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가 된다. 제러미 핸슨 역시 달 궤도를 운행한 최초의 캐나다인이자 최초의 비(非)미국 국적자로 기록된다.
이들은 이번 임무를 통해 달 궤도에 진입해 다양한 데이터와 이미지를 수집하고, 지구로 전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II의 생명 유지 시스템 등 핵심 장비 성능을 검증하는 역할도 맡는다. 우주 비행 여정은 10.5일로 예정돼 있다. 미국 서부 해안 쪽으로 귀환한다는 계획이다. NASA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2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로 여행했고, 그중 12명은 달 표면을 직접 걸어봤다.
◇이번엔 ‘달 뒷면’ 비행…착륙은 다음에
이번 임무는 우주선을 타고 달을 한 바퀴 빙 돌아 ‘달의 뒷면’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지금껏 누구도 가지 못했던 먼 우주 공간(약 40만㎞)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비행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인류가 본격적으로 심우주(deep space)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여정이다.
이번 임무에서 달 착륙은 시도하지 않는다. 2027~2028년쯤 수행될 ‘아르테미스 III’에서 달 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NASA는 달에 착륙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도 가지 못했던 달의 남극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의 남극엔 햇빛이 전혀 들지 않은 분지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물(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향후 우주비행사의 식수나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물을 찾기 위해 달 남극 정복에 도전하는 것이다.
반세기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달 탐사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임무에 나서는 우주비행사들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와이즈먼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마쳤다”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과거에 인류가 달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달을 쳐다봤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달을 보며 ‘우리가 지금 저기 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