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집행한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으로 약화된 지역의료의 ‘최종 치료 역량’을 끌어올려, 중증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개최된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권역책임의료기관 최종치료 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노후화된 국립대병원과 일부 사립대병원의 시설·장비를 첨단화해 지역의료 붕괴 위기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수술실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정부는 지역의료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를 지목했다. 지역 병원의 진료 역량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원정 치료가 급증했고, 그 결과 거주지에 따른 치료 성과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서울과 충북 간 치료 가능 사망률 격차는 12.7%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올라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연간 4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1.2%가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국립대병원의 역량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0.3%,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0.9%였다.

의료 현장의 여건도 녹록지 않다. 국립대병원에 설치된 주요 의료장비 120대는 내구연한을 넘겨 환자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보기 위한 환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이에 정부는 지난해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총 2030억원을 투입했다. 고위험 수술이 가능한 수술실 확충, 중증·중환자 진료 시스템 구축, 로봇수술기와 선형가속기 등 첨단 치료 장비 도입을 위해서였다.

지원 대상은 국립대병원 14곳과 사립대병원 3곳이었다.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40%, 병원 자부담 20%로 구성됐으며, 국비는 812억원이었다.

당시엔 병상 규모와 기존 진료 역량 등을 기준으로 기관을 세 그룹으로 나눠 차등 지원했다. 수도권 3개 기관에는 총 80억원을 배정했고, 비수도권 14개 기관은 다시 중간 그룹(10곳)과 후발 그룹(4곳)으로 나눠 각각 최대 135억원, 110억원까지 지원했다. 기관별 수요를 반영한 ‘바텀업’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2026년 권역책임의료기관 그룹별 편성단가./재정경제부

올해에도 지원은 이어진다. 다만 서울과 비서울 지역을 구분해 단가를 조정하고, 사업계획 평가 시 지역별 의료 여건과 정책 목적 부합성을 반영해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 소재 1개 기관은 65억~110억원, 지역 15개 기관은 105억~150억원, 세종 지역 1개 기관은 30억~75억원이 편성된다. 수술·치료 역량 강화와 중환자 진료 분야에 각각 절반씩 배분하고, 사업계획 타당성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사업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의 일환이다. 정부는 보건·임상·건축 분야 전문가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기관별 사업계획의 적절성과 지원 목적 부합성을 검증한다. 사업 선정 이후에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국립중앙의료원이 집행 상황을 지속 점검한다.

동시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 절차는 대폭 간소화한다. 지방재정투자심사 면제 등 예외 조치를 적용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 관련 국정과제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법률 개정안이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만큼, 정부는 올해부터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대한 종합적 육성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