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DMOAD)’를 향한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 바이오스플라이스 테라퓨틱스(Biosplice Therapeutics)가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후보물질 ‘로어시비빈트’의 허가를 신청하면서다. 아직 명확한 성공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선두주자의 도전은 국내 기업들의 추격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골관절염 치료 시장 규모는 2024년 50억20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로 추정되며, 2033년에는 108억9000만달러(약 14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5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9.0%로 예상된다.

단순 진통·소염제를 넘어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DMOAD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경우, 시장 판도는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러스트=챗GPT

◇기준 없는 시장, 美 선두는 ‘패키지’로 승부

바이오스플라이스는 지난 6일(현지 시각) 로어시비빈트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허가를 위해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DMOAD 개념의 신약으로 FDA 문을 두드린 첫 사례다.

바이오스플라이스는 2011년 개발 초기부터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근본 치료’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로어시비빈트는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저분자 화합물로, 염증과 연골 손상에 관여하는 두 가지 키나제(인산화효소)를 동시에 억제하고, 과활성화 시 연골 파괴를 유도하는 윈트(Wnt) 신호 경로를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다만 그간 임상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는 글로벌 임상 3상(OA-10, OA-11, OA-21)을 세 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주평가지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들 임상의 주평가지표는 투여 12주 차 숫자통증등급(NRS) 변화였으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NDA의 핵심 근거는 OA-11에 참여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기 연장시험 OA-07이다. OA-07의 주평가지표는 무릎 관절 안쪽 관절강 간격인 mJSW 변화였다. 앞선 임상에서 부평가지표로 관찰된 긍정적 신호를 장기 추적을 통해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OA-07의 주평가지표도 통계적 유의성 기준(P<0.05)은 넘지 못했다. 투약 2년 차에 투약군과 위약군 간 mJSW 차이는 0.09mm(P=0.233), 3년 차에는 0.14mm(P=0.061)에 그쳤다. 부평가지표 가운데 골관절염기능지수(WOMAC function score)는 48주 시점에서 P값 0.035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지만, 주평가지표의 한계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상 설계도 논란을 남겼다. OA-07은 초기 48주간 단일 맹검·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뒤 오픈라벨·비통제군으로 전환됐다. 연구자가 투약군을 인지하는 단일 맹검 설계와 대조군 없는 장기 추적은 데이터 해석에 구조적 제약을 남긴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바이오스플라이스 테라퓨틱스 본사./바이오스플라이스

그럼에도 바이오스플라이스의 이번 시도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조적 변화와 기능 지표, 장기 추적 데이터를 종합해 ‘질병 진행을 늦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FDA에 제시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FDA는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 같은 환자보고결과(PRO)와, 영상 검사로 확인되는 구조적 변화 가운데 무엇을 ‘근본 치료’의 결정적 증거로 볼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규제 공백 속에서 기업들은 각기 다른 해석으로 임상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韓 기업들…승기는 누가

국내 기업들은 PRO와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잡는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국내 허가 또는 시판 경험을 보유한 코오롱티슈진, 메디포스트, 바이오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실사용근거(RWE)를 바탕으로 FDA 문턱에 도전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로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TG-C는 동종 연골 유래 연골세포와, 방사선 조사로 증식을 억제한 뒤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를 3대 1 비율로 혼합해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치료제다. 현재 미국 임상 3상에서 환자 투약을 완료하고 약 2년간의 추적 관찰을 진행 중이며, 올해 7월 주평가지표 결과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임상 3상의 주평가지표로 골관절염통증지수(WOMAC pain score)와 시각적통증척도(VAS) 변화를 설정했다. 두 지표는 각각 국내 임상 3상과 미국 임상 2상에서 구조적 변화와 함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 1약(왼쪽)과 2약./워싱턴특파원단

메디포스트는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으로 미국 임상 3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FDA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으며, FDA로부터 임상 2상 생략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다. IND가 승인될 경우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디포스트는 일본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통증·기능 관련 지표 변화와 함께 연골결손정도(ICRS 등급) 개선율을 주요 평가지표로 설정했으며, 결과는 상반기 중 공개될 예정이다.

바이오솔루션은 자가 연골세포 치료제 ‘카티라이프’로 내년 미국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2023년 FDA로부터 첨단재생의학치료제(RMAT) 지정을 받아 신속 심사와 단계별 심사(Rolling Review)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임상 2상에서는 수술 48주 시점의 연골결손부위 충전점수(mOC)와 운동기능개선점수(KOOS)를 주평가지표로 설정해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코오롱티슈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단, FDA 심사 과정에서 TG-C가 로어시비빈트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저분자 화합물보다 높은 안전성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임상 3상에서 성공할 경우, 혁신 신약 부재로 침체된 국내 제약 산업에 상징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