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목에 두르는 초커(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리보이스(Revoice)’를 개발했다./케임브리지대

뇌졸중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해지거나 문장을 이어 말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머리에 전극을 심는 수술 없이도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목에 두르는 초커(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리보이스(Revoice)’를 개발,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해도 말하려던 내용을 문장으로 실시간 복원했다고 19일 밝혔다. 뇌에 전극을 심는 침습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가 없어도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뇌졸중 후 흔히 나타나는 구음 장애는 얼굴·입·성대 근육이 약해져 발음이 흐려지거나 말이 느려지는 증상이다. 생각은 또렷한데 입과 목이 따라주지 않아, 짧은 단어만 끊어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 환자 상당수는 구음 장애가 있고, 일부는 언어 처리 기능 자체가 손상되는 실어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루이지 오치핀티(Luigi Occhipinti)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환자들은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한데, 뇌졸중으로 뇌와 목 사이 신호가 흐트러져 물리적으로 표현이 어려워 좌절을 겪는다”며 “환자뿐 아니라 가족과 돌봄 제공자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리보이스의 핵심은 초민감 센서와 인공지능(AI)이다. 목걸이형 기기가 목 근육의 미세한 진동과 심박 신호를 잡아내고,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두 개의 AI가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하나는 사용자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말한 단어 조각을 추정하고, 다른 하나는 심박 등에서 감정 상태를 가늠하고 시간대·날씨 같은 상황 정보를 더해 실시간으로 문장을 완성한다. 문장 확장에는 전력 소모가 적은 경량 거대언어모델(LLM)이 쓰인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우리 병원 가” 정도만 입 모양으로 말하면, 기기가 심박 상승 등을 근거로 답답함·초조함 같은 감정과 늦은 시간대라는 맥락을 반영해 “늦은 시간이지만 몸이 계속 불편해. 지금 병원에 갈 수 있을까?”와 같은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꾸는 식이다.

중국 연구진과 함께 구음 장애를 겪는 뇌졸중 환자 5명과 대조군 10명을 대상으로 소규모 시험을 진행한 결과, 단어 오류율은 4.2%, 문장 오류율은 2.9%로 나타났다. 오류율이 낮을수록 기기가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맞혔다는 뜻이다. 기존 보조 의사소통 기기가 철자 입력, 시선 추적, 또는 침습적 뇌 임플란트에 의존해 속도가 느리거나 부담이 컸던 것과 달리, 리보이스는 몇 개 단어만으로도 비교적 매끄러운 대화를 만들어냈다.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5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뇌졸중 재활뿐 아니라 파킨슨병, 운동신경 질환 환자를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영어를 사용하는 구음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연구진은 “널리 쓰이기까지는 더 큰 규모의 임상 시험과 다양한 상황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향후 다국어 지원과 더 다양한 감정 상태 인식, 일상용 완전 독립형 구동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이날 게재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82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