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전 세계적으로 상업 재배에 들어선 지 30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GMO 작물 재배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옥수수·대두 등 수입 곡물이 사료와 가공 원료로 쓰이면서 유전자변형 식재료가 공급망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GMO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국내외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 곁에 놓인 GMO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콩은 얼마나 수입하고, 그중 유전자변형식품(GMO)은 얼마나 되나요.”
작년 12월 1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질문이다. GMO는 미생물 등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넣어 새로운 성질을 갖게 만든 작물을 뜻한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이 대통령의 질문에 관련 수치를 막힘 없이 술술 설명하며 ‘콩GPT’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그의 답변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제과·제빵용 옥수수는 비유전자변형(Non-GMO)이 맞지만, 옥수수유와 전분당 시럽 일부에는 유전자변형 원료가 사용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콩 생산과 수입, 유전자변형 여부, 용도 구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치가 정정됐다. 이 같은 해프닝은 GMO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 韓, 직접 재배는 안 해도 GMO 식탁서 자리매김
GMO는 1996년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미국의 옥수수·대두·면화는 90% 이상이 GMO 품종으로 재배된다. 전 세계 GMO 재배면적은 2024년 기준 약 2억980만ha(헥타르)로 집계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토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의 면적(약 1004만ha)보다는 21배가 넘는 크기다. GMO가 세계 식량과 사료 시장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은 GMO 농산물의 상업 재배(환경 방출)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해외에서 반입되는 GMO 물량은 상당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식품·사료용 GMO 반입량은 1092만톤(t)이며, 이 가운데 87%가 사료용이다. 작물별로는 옥수수가 987만t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두가 뒤를 잇는다. GMO 반입량을 단순히 인구로 나누면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200㎏ 안팎의 물량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GMO를 재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는 GMO와 거리가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실상은 수입·사료·가공 원료를 통해 이미 일상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GMO가 우리 밥상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이는 GMO가 국내 식료 공급망 앞단에 있기 때문이다. GMO 작물이 밥상으로 들어오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사료다. 수입 옥수수·대두박 같은 원료가 사료로 들어가고, 이를 먹은 닭·돼지·소가 고기·우유·달걀로 소비자에게 다가온다. 둘째는 가공 원료다. 대두는 식용유로, 옥수수는 전분과 시럽(전분당) 등으로 가공돼 여러 식품에 쓰인다. 여기서 전분당은 옥수수 전분을 분해해 만든 액상과당·물엿류를 통칭하는데 음료·과자·소스 등 광범위한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 GMO 대체가 어려운 이유
현실적으로 GMO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 곡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콩·옥수수의 상당수가 GMO 품종인데, 한국은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GMO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경우 곡물 조달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식량안보 전문가인 이철호 고려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는 GMO를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으로 전환할 경우 수입 비용이 30%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Non-GMO는 ‘GMO가 섞이지 않았다’는 조건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수확 이후 보관·운송·선적 전 과정에서 GMO 물량과 별도로 분리돼야 한다. 선박·기차·저장시설은 미량의 곡물이 남아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입을 줄이려면 분리 저장·세척·전용 운송을 해야하고 여기에 별도의 검사·서류 관리까지 하면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밥상 물가와 직결된다.
이 교수는 “미국 등 주요 생산국에서는 콩·옥수수의 GMO 재배 비율이 압도적이라 Non-GMO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Non-GMO는 분리·관리 비용에 공급량·품목·시기·계약 조건에 따라 판매 가격이 GMO보다 70%까지 비싸질 수 있다”며 “이는 식량 수입으로 막대한 무역 적자에 시달리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농가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GMO의 경제적 영향은 큰 편이다. 2022년 발표된 농업 경제학자 그레이엄 브룩스의 분석에 따르면,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의 소득은 1996년부터 2020년까지 2613억달러(약 378조원) 증가했다. 이는 농가 소득이 헥타르당 평균 112달러(약 16만원)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 증가의 대부분(72%)이 수확량 증가 덕분이며, 나머지 28%는 비용 절감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어떤 기준으로 GMO 효과를 계산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GMO 기술이 단순히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생산·비용·환경 논의와 얽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GMO를 줄이면 곡물 자급률이 오르고 식량안보가 좋아진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곡물 자급률은 국내 생산이 늘어야 오르는데, 한국의 곡물 자급 기반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식약처·농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곡물 자급률은 두류 9.3%, 옥수수 0.8% 수준이다. 농업계에서는 수입 GMO를 Non-GMO로 바꾸는 것만으로 국내 곡물 자급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본다. ‘GMO를 덜 쓰자’는 목표가 실현되려면, 국내 생산 확대 혹은 수입선 다변화 등의 대체 경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GMO 위험하다’는 증거 없어”… 막연한 공포 대신 현실 직시 필요
GMO 상업 재배가 진행된 이후 지난 30년간의 연구 대부분은 GMO 식품이 Non-GMO 식품보다 건강에 더 위험하다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레이엄 브룩스의 1996~2020년 분석에 따르면 24년간 GMO 해충저항성·제초제저항성 기술 발달로 농약 제품의 성분량인 농약 유효성분 사용은 7.2%(7억4860만kg) 줄었다. 같은 기간 독성·노출·잔류를 포함해 농약의 환경 부담을 수치화한 환경영향(EIQ) 지표는 17.3%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GMO 식품이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고, 인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미국 국가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NASEM)도 2016년 보고서에서 “승인받은 GMO 식품을 먹어서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GMO는 위험하다’는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GMO 표시 확대와 소비자 알권리를 강조해 왔고 GMO가 농약 사용 패턴이나 종자 시장 구조, 기업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GMO 사용이 데이터만으로 증명되지 않고 제도·신뢰·정책의 영역으로 번진 이유다. 이러한 간극은 여론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2024년 12월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 ‘유전자변형기술이 인류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0.3%로 전년 대비 소폭 올랐다. 다만 ‘인체 안전성 우려’는 65.5%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이철호 교수는 “전 세계가 30년 동안 큰 탈 없이 먹고 있는 생명공학 신품종의 안전성에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다”면서 “이제는 현실을 전제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논의의 출발점을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축적된 평가와 현실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