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날 때 느끼는 슬픔이 때론 가족을 잃었을 때만큼 크고 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체감해 온 경험이 과학적으로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필립 하일랜드 아일랜드 메이누스 대학 심리학과 교수팀이 영국 성인 975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렸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종종 겪는 이른바 ‘지속성 애도 장애(PGD)’를 반려동물이 죽을 때도 겪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PGD는 누군가와 사별한 후 일상생활 지속이 어려울 정도로 깊은 슬픔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설문조사 결과, 실제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 중 7.5%는 PGD를 겪고 있었다. 이는 가까운 친구를 잃은 사람들 중에서 PGD를 겪는 이들의 비율과도 거의 비슷했다. 조부모를 잃었을 경우(8.3%), 형제 자매를 잃었을 경우(8.9%)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배우자를 잃은 경우(9.1%), 부모를 떠나보낸 경우(11.2%), 자녀를 잃었을 경우엔 21.3%가 PGD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중에서 반려동물과 가족을 모두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 중 25%가량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훨씬 힘들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영국에서 PGD를 겪는 인구 중 8.3%가량은 반려동물이 떠날 때 이런 증상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영국 성인의 약 절반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의 수명이 사람보다 훨씬 짧은 만큼 반려동물로 인한 PGD를 더 많이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결과다.
연구팀은 또한 PGD 진단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가까운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겪는 경우에만 PGD 진단을 했지만, 앞으로는 반려동물을 잃은 경우에도 이 같은 진단을 적용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