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처음 입주한 우주비행사들. 왼쪽부터 러시아 유리 기젠코, 미국 윌리엄 셰퍼드, 러시아 세르게이 크리칼료프. 이들이 미세중력 환경에서 둥둥 떠다니는 오렌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8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던 우주비행사 4명이 승무원 1명의 건강 문제로 예정된 임무를 앞당겨 지구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ISS가 2000년부터 상시 운영된 뒤 의료 사유로 ‘조기 귀환’이 공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 환경이 인체에 주는 부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주에서 지내는 시간이 사람의 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뼈와 근육이 약해지거나 체액이 위쪽으로 쏠리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13일 우주비행 뒤 두개골 내 뇌의 위치가 바뀌고, 기울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최근 달 탐사, 화성 유인 임무처럼 우주 체류 기간이 길어지는 계획이 늘면서 우주 환경이 인체, 특히 뇌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진은 우주비행을 다녀온 우주비행사 15명을 대상으로 비행 전후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뇌의 위치와 형태 변화를 분석했다. 여기에 다른 우주비행사 11명의 기존 MRI 자료, 그리고 무중력 환경을 흉내내기 위해 머리를 아래로 기울여 실험하는 ‘침상 안정’ 참가자 24명의 데이터도 함께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주비행이나 침상 안정 뒤 뇌 전체가 두개골 안에서 뒤쪽과 위쪽으로 이동했고, 전체적으로 뇌가 위로 들리는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얼굴 방향에서 뒤통수 방향으로, 그리고 정수리 방향으로 뇌의 중심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뇌의 총 130개 구역이 움직인 정도를 좌표축으로 따져, 앞뒤 방향 변화가 뚜렷한 구역이 107개, 위아래 방향 변화가 뚜렷한 구역이 88개라고 밝혔다.

다만 우주비행사 그룹과 침상 안정 그룹에서 변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우주비행사의 뇌는 상대적으로 위로 올라가는 이동이 더 컸고, 침상 안정 실험 참가자들은 뒤쪽으로 밀리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즉 지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침상 안정 기반의 무중력 모사 실험이 우주에서 실제로 겪는 변화 전체를 그대로 재현하진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도 “우주비행사에게 나타난 뇌 형태 변화 중 일부는 침상 안정 그룹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관찰한 변화가 단순히 영상에서 보이는 차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느끼는 감각 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이 크게 이동할수록, 우주비행 후 균형감각 손실이 더 큰 경향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에서 지내다 지구로 돌아오면 중력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어지럼, 자세 불안정, 균형 문제를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그 현상과 뇌의 미세한 위치 이동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단서를 던진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미세중력이 뇌 해부학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라며 “장기 우주 탐사 시대를 대비해 비행 기간·횟수에 따른 변화, 그리고 균형 저하를 줄일 훈련·대응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까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50568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