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로 주목받아온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성과 창출 시점이 늦춰지면서 상장 당시 제시했던 실적 목표와는 거리가 먼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누적 적자와 적은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올해 기술수출 성과가 향후 기업 가치와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올해 핵심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기술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 이후 실적 개선이 지연된 만큼, 단순한 R&D 진척을 넘어 가시적인 계약 성과로 사업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는 평가에서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단기적인 현금 유입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 이후 실적 성적표 ‘미흡’…현금으로 시간 벌기
2023년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매출 대비 R&D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수익 창출보다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와 임상 개발에 자금을 집중 투입해 온 구조다.
상장 당시 회사는 2024년 매출 1486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성적표는 크게 달랐다. 2024년 매출은 2428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482억원을 기록했다. 목표 대비 매출 달성률은 0.0016%에 불과했고, 적자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3억3810만원, 영업손실은 334억원대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손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매출 기반이 극히 제한적인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인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매출 요건에서 2027년까지 유예기간이 남아 있지만,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단기적으로 자본 확충을 통해 유동성을 방어해왔다. 지난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약 11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고, 유증 당시 계획했던 임상비용과 R&D 인건비 집행을 조절하며 현금성 자산을 유지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존 기술이전 계약에 따른 기술료 55억원을 받았고, 11월에는 보유 중이던 와이바이오로직스 주식 29만4985주를 전량 매각해 81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운용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약 1000억원 수준이다.
◇“핵심 파이프라인 이상 無”…관건은 기술이전 성과
회사는 경영진 복귀와 R&D 강화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창업주인 장명호 의장이 대표이사직에 복귀해 회사 성장 회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실적과 주가 모두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이다. 회사는 이 물질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알레르기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졸레어’를 뛰어넘을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졸레어의 연간 매출은 약 5조원에 달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0년 7월 GI-301을 유한양행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으며, 현재 ‘레시게르셉트’라는 이름으로 국내 2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어 2023년 10월에는 일본 마루호에도 약 32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유한양행은 GI-301을 대상으로 향후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 추가 기술이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수익은 양사가 50대 50으로 나누는 구조다.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인 ‘GI-101’과 ‘GI-102’ 역시 기술수출 후보로 거론된다. 두 후보물질은 2020년 미국 머크(MSD)와 공동임상 계약을 체결해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19년 이들 후보물질을 중국 심시어에 총 1조146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올해 중국에서 2상 임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마일스톤 수익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지난해부터 MSD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GI-101·GI-102 기술이전을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물질은 단독 투여 또는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방식으로 항종양 효능을 검증 중이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빅파마에 면역항암제 기술을 이전하는 첫 사례가 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명호 대표는 GI-102를 오는 2028년 상반기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항체 기반 신약개발사 와이바이오로직스와의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0년 상장 전 지분투자로 50억원을 투자해 약 5년 만에 17억원의 평가차익을 봤다.
지분 회수를 두고 협업 이상설도 제기됐지만, 회사 관계자는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전임상 단계에서 협력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지분 매각은 R&D 투자가 많은 회사 특성상 현금 확보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