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이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지 주목된다.
여야는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를 열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선 약사법 일부 개정안 상정이 이번에도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의원들의 견해차로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도 상정조차 못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업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법안이 특정 기업의 사업 모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 나아가 ‘제2의 타다금지법’으로 반대 목소리를 키워왔다. 특히 ‘제2의 타다금지법’이란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여론전에서 닥터나우가 우세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논란 속 법안에 제동이 걸리자, 보건복지부가 재반박에 나섰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관여된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특정 기업과 플랫폼 산업 자체를 겨냥한 규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요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를 점검했다.
◇약사법 개정안, ‘제2의 타다금지법’인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닥터나우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함께 등장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다. 당시 정부는 비대면 진료는 한시·시범적으로 운영됐고,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 역시 약사법상 명확한 법적 행위 주체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닥터나우는 의약품 도매상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회사는 2024년부터 자회사 ‘비진약품’을 설립해 의약품 도매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이를 흡수 합병해 닥터나우(온라인 도매몰)을 운영 중이다.
현재 플랫폼과 도매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례가 사실상 닥터나우가 유일하다 보니, 약사법 개정안에 ‘닥터나우 방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복지부는 이런 프레임이 법안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타다 사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을 막는 법이 아니다. 도매상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업 자체를 금지한 ‘타다’ 사례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타다금지법은 플랫폼 기반 운송 서비스 자체를 제한해 시장 진입을 차단한 법이다. 반면, 약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소유·운영하는 구조 자체를 제한하는 데 있다. 비대면 진료 중개나 플랫폼 운영을 금지하는 법이 아니다.
◇흔들리는 겸업 금지 원칙…규제 왜 필요한가
플랫폼이 자사의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약국에 노출 혜택을 주거나, 특정 의약품의 공급을 사실상 유도하는 영업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보건 당국과 환자 단체 등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실제 닥터나우의 플랫폼은 도매상 설립 이후 제휴 약국에 일정 금액 상당의 의약품 패키지 구매를 유도하고, 앱 화면에 ‘NOW 조제 확실’ 등의 문구를 노출해 논란이 됐다.
현 약사법에서 법적 지위를 갖는 주된 행위 주체는 의료기관(의사), 약국(약사), 의약품 도매상이다. 진단과 처방, 조제와 판매, 유통의 역할이 법적으로 명확히 분리돼 있다. 이는 의약품 과잉 처방과 불공정 거래를 막고자 각 단계의 이해관계 개입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다.
특히 겸업 금지가 원칙이다. 2촌 이내·50% 이상 지분 보유 등 특수관계인 경우 상호 거래도 애초에 막고 있다. 약품 도매상이 특정 약국에만 의약품을 공급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는 행위, 리베이트 제공 등도 금지하고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약값을 올리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담은 약사법은 대면 진료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맞게 법망도 정비해야 한다는 게 보건 당국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그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면서 의료기관과 약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약사법상 명확한 법적 지위는 없었다. 최근 의료법 개정으로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서 플랫폼 역시 정식 행위 주체로 편입될 예정인데, 약사법은 여전히 대면 진료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제도적 공백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겸업 금지 원칙은 의약품 과잉 처방, 오남용 방지,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이는 기업 형태,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국 뺑뺑이 해법 안 돼…구조적 한계”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상 비진약품을 자회사로 만들면서 내세운 명분은 환자가 처방 약을 찾아 떠도는 소위 ‘약국 뺑뺑이’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약품 품목 수는 2만8654개이고, 이 중 닥터나우의 도매상이 취급하는 품목은 90개로 전체의 0.3%에 그쳤다.
닥터나우 플랫폼은 비진약품 운영 당시부터 비급여 의약품 취급 비중이 높았다. 공급량 기준 60.1%, 공급액 기준 82.6%가 비급여 의약품 이었다. 지난해 닥터나우(온라인 도매몰) 운영 이후부터는 비급여 의약품이 공급량 기준 77.2%, 공급액 기준 95.5%으로 더욱 집중됐다.
전체 의약품 도매상 3800곳의 평균 비급여 의약품 취급 비중은 12% 수준이다. 이에 비하면 닥터나우의 비급여 의약품 편중이 다른 도매상보다 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금액 기준으로 닥터나우(도매몰)가 취급하는 비급여 의약품(95.5%)은 다이어트 약(72.7%), 탈모약(22.6%)이 대부분이고, 급여 의약품(4.5%)도 여드름(3.2%) 치료제와 인공눈물(0.3%)이 주였다.
품목만 놓고 봐도 ‘약국 뺑뺑이’ 문제 해결과는 괴리가 있다는 게 의약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국내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독감이나 감염병 유행 시 특정 의약품 재고 부족으로 환자가 약을 찾아 헤매는 문제를 약국 뺑뺑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해당 도매업체의 포트폴리오는 다이어트, 탈모약 등 비급여 의약품에 편중돼 있는데, 이를 두고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출신 기업 대표는 “도매상을 보유해야 약국 뺑뺑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맞지도 않거니와 닥터나우가 그런 명분에 맞춰 운영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유통 편향에 따른 시장 왜곡을 우려한다. 플랫폼이 도매업을 겸업할 경우, 환자의 의학적 필요보다는 자사 도매상이 취급하는 의약품 위주로 노출과 유통이 이뤄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플랫폼-도매상 겸업이 의약품 유통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약국 뺑뺑이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의약품 선택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도매상을 보유하더라도 실제 환자가 필요한 의약품 전반의 재고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 환자 단체도 이런 이유로 국회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의약품은 일반 상품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공공재”라며 “공공성과 특수성이 강한 보건의료 영역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까지 장악한다면 환자 안전과 선택권이 훼손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복지부는 약국 뺑뺑이 문제의 대안으로 ‘공공데이터 기반 접근’을 제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의약품 공급·사용 정보를 적법하게 개방하고, 민간 플랫폼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판례도 “사후 제재로는 어렵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간 시각차가 있다. 복지부는 사전적 구조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중기부는 위법 행위 발생 시 사후 제재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일부 플랫폼·벤처 업계는 혁신 저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의약품 영역은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한 노출과 유통 과정은 외부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후 제재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 네이버 쇼핑·검색 서비스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처분 사례에서도 알고리즘 차별 행위의 경쟁 제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처분이 취소된 바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IT 기업 전문가들의 교묘한 알고리즘 설계와 운영을 공무원이 어떻게 다 잡아내겠느냐”고 토로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관과 약국, 의료기관과 의약품 도매상 간 겸업 금지와 관련해 “사후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도매상 겸업 문제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동일한 논리를 적용해야 마땅하다는 시각이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에 편입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법적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은 닥터나우 방지법도, 제2의 타다금지법도 아니다”라며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겸업을 막을 법망이 없는 상태에선 역으로 거대 도매업체가 플랫폼을 운영할 수도 있고 쿠팡, 알리바바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도매상을 겸업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