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의 후속 주자로 개발 중인 신약 성분 ‘렘터네툭’의 3상 톱라인(3상 임상시험 핵심 결과)을 오는 3월쯤 공개할 예정이라고 미국 최대 바이오 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가 최근 보도했다. 바이오스페이스는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임상 결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라이 릴리 외에 다른 글로벌 빅파마도 치매 신약 개발을 위해 뛰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제약회사 입장에서 개발이 가장 까다롭고 성공률도 낮은 약품으로 꼽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분야다. 고령화 추세로 환자가 급증하면서 핵심 시장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국내 제약사도 치매 치료제와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한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계속되는 ‘치매 신약 개발’ 경쟁
일라이 릴리는 현재 초기 증상 단계의 알츠하이머 환자 1600명을 대상으로 렘터네툭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평가 지표는 뇌 내에 있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덩어리) 제거 효과다. 알츠하이머 증상은 환자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찌꺼기가 쌓이면서 발현된다. 찌꺼기가 굳어 덩어리(plaque)가 되고, 이 덩어리가 신경세포 사이를 막으면서 뇌 기능이 둔화된다.
2024년 FDA(미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는 이렇게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해 알츠하이머 병 진행을 늦추는 방식의 치료제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와 함께 초기 증상장치매 치료 왔다.
다만 정맥 주사(IV) 형태이다 보니 투여 시간이 오래 걸렸고, 뇌부종과 미세 출혈(ARIA) 같은 부작용 부담도 있었다. 일라이 릴리는 렘터네툭을 정맥 주사(IV)와 피하 주사(SC) 두 가지 제형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1상에서 럼터네툭을 정맥 주사 형태로 투여한 환자 다수는 치료 85일 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고용량 투여군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가 완전히 없어지기도 했다. 일라이 릴리 측은 “뇌 부종 및 출혈 같은 부작용(ARIA)은 줄이고,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 감소 효과는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자이와 바이오젠도 기존에 내놓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를 최근 피하 주사(SC) 형태 약품으로도 바꿔 출시했다.
◇까다롭지만 성공하면 대박
알츠하이머 신약은 가장 개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병의 원인이 워낙 복잡한 데다, 노화·유전·대사 요인까지 겹쳐 한 가지 원인만 공략한다고 치료가 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혈액-뇌 장벽(BBB) 탓에 많은 약물이 뇌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도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 꼽혀왔다.
이런데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속도를 내는 것은 성공만 하면 단일 질환으로 최대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연간 200억달러 정도. 업계는 인지 기능 개선을 돕는 신약이 나온다면 2030년 중반 무렵엔 1000억달러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자 수가 압도적인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요인이다. 전 세계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환자 수는 5500만명 정도인데 2050년엔 1억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트론티네맙’이란 치료제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뇌혈관 장벽(BBB) 투과율을 높인 셔틀 기술을 적용해 적은 용량으로도 높은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가세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중국·북미·유럽 등 13국 230여 임상센터에서 환자 1535명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엔 중국의 글로벌 제약사 푸싱제약그룹과 AR1001의 아세안 10국 독점 판매권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6300억원이다. AR1001의 글로벌 독점 누적 계약 규모는 3조원이 됐다.
오스코텍과 아델이 공동 개발하는 ‘아델-Y01′은 타우 단백질을 겨냥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 물질이다. 지난해 12월 사노피에 1조5300억원에 기술을 이전했다.
디앤디파마텍도 알츠하이머를 포함해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질환) 등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전반에서 공통으로 작용하는 면역계 조절 물질(NLY01·NLY02)을 개발하고 있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가 디앤디파마텍과 공동 개발 중인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제 ‘NLY02′은 지난해 8월 미국 특허 등록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