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반려견은 18개월 영아 수준의 언어 학습 능력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방식과 유사하게 반려견도 주인의 대화를 엿듣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단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우리 속담이 일부 반려견에 국한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번 연구는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ELTE)·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VetMedUniVienna) 샤니 드로르 박사팀이 수행했다. 개들은 워낙 눈치가 빠르고 “앉아” “엎드려” 같은 명령어를 듣고 동작을 익히는 데 능숙하다. 다만 장난감 이름 같은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능력은 소수 총명한 개에게만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캐나다에 사는 6세 보더콜리 ‘미소(Miso)’. 실험에 참가한 반려견 중 하나다. 미소는 200여 개 장난감 이름을 외운다. / Veronica Suen

연구팀은 언어 능력이 탁월한 개 10마리(보더콜리 7마리, 래브라도 1마리,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계열 2마리)를 선별해 언어 습득 방식을 분석했다.

실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실험에선 주인이 개에게 직접 말을 걸며 새 장난감 두 개를 보여주고 이름을 반복해 들려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개에게 말을 걸지 않은 채, 주인이 다른 사람과 장난감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을 개가 옆에서 지켜보도록 했다. 각 실험은 약 8분간 진행됐다.

연구진은 개들이 새 단어를 학습했는지를 확인했다. 가령 장난감의 이름이 ‘도넛’이라면, 이를 다른 방에 두고 “도넛을 가져올래?”라고 말하는 것이다. 10마리 가운데 7마리는 두 실험 조건 모두에서 새로운 장난감 이름을 정확히 익힌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가르친 경우에는 평균 약 80%, 엿들은 경우는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장난감을 가져왔다. 반면 대조군인 일반 개들은 이런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도 진행했다. 엿듣기 조건에서 개에게 장난감을 잠시 보여준 뒤 불투명한 바구니에 넣어 시야에서 완전히 가렸다.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장난감 이름을 불렀다. 물체를 보는 시점과 이름을 듣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때도 개들은 대부분 새로운 단어를 성공적으로 학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이런 언어 학습 능력은 매우 드물다고 했다. 보통 보더콜리에게 자주 관찰되는데, 이는 과거 양치기 개로서 사람의 말을 민감하게 따르는 개체만 따로 선별해 번식시켜 온 역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