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7일(현지 시각) 45년 만에 새로 ‘미국 식생활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발표하면서 ‘술은 하루 1~2잔 정도만 마시라’는 구체적인 권고를 삭제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는 이날 개정된 연방 식생활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980년부터 이 지침을 통해 적정 음주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를 명시해 왔다. 이번 새 지침은 그러나 이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지우고, ‘술을 줄여 마시라’는 막연한 권고만 남겼다.
음주와 암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경고하는 문구도 빠졌다. 이전엔 ‘술이 유방암을 포함한 여러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적당한 음주도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으나 이번엔 이 같은 직접적인 경고는 모두 빠졌다.
전문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터프츠대 교수(영양학)는 뉴욕타임스에 “술을 줄이라는 말은 너무 막연하다. 어디까지 줄이라는 건지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팀 나이미 조지워싱턴대 박사도 “미성년자 음주 경고가 빠지고, 남녀의 알코올 대사(알코올을 분해 흡수하는 능력) 차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했다.
이번 식생활 지침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더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WHO는 최근 “음주와 7종의 암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확실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이번 달라진 식생활 지침이 미국 주류업계 로비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실제로 미국 주류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음주를 하는 미국 성인 비율은 2023년 62%에서 작년 말 54%로 급감했다. “술 한두 잔도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수도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