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정부는 미국인을 위한 새 식생활 지침을 공개했다. /UPI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7일(현지 시각) 45년 만에 새로 ‘미국 식생활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발표하면서 ‘술은 하루 1~2잔 정도만 마시라’는 구체적인 권고를 삭제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는 이날 개정된 연방 식생활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980년부터 이 지침을 통해 적정 음주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를 명시해 왔다. 이번 새 지침은 그러나 이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지우고, ‘술을 줄여 마시라’는 막연한 권고만 남겼다.

음주와 암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경고하는 문구도 빠졌다. 이전엔 ‘술이 유방암을 포함한 여러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적당한 음주도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으나 이번엔 이 같은 직접적인 경고는 모두 빠졌다.

전문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터프츠대 교수(영양학)는 뉴욕타임스에 “술을 줄이라는 말은 너무 막연하다. 어디까지 줄이라는 건지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팀 나이미 조지워싱턴대 박사도 “미성년자 음주 경고가 빠지고, 남녀의 알코올 대사(알코올을 분해 흡수하는 능력) 차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했다.

2026년 1월 8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미국인 식이 가이드라인 식품 피라미드./realfood.gov

이번 식생활 지침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더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WHO는 최근 “음주와 7종의 암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확실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이번 달라진 식생활 지침이 미국 주류업계 로비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실제로 미국 주류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음주를 하는 미국 성인 비율은 2023년 62%에서 작년 말 54%로 급감했다. “술 한두 잔도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수도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