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에 오른 인재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조기 엘리트는 아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DALL·E

노벨상 수상자, 올림픽 챔피언, 세계 1위 체스 선수 등 성인이 돼 ‘월드 클래스’에 오른 인재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조기 엘리트는 아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공대(RPTU) 연구팀은 과학·음악·스포츠·체스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인물들의 성장 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달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벨상 수상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세계 정상급 체스 선수 등 성인 엘리트 3만4839명이 포함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 최상위권 인물들과 성인기 최상위권 인물들이 거의 겹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 세계 10위권 체스 선수 가운데 성인이 돼서도 세계 10위 안에 든 경우는 약 10%에 그쳤다. 육상이나 학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대체로 성장 초기에는 동료들보다 성과가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간에 걸쳐 실력이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조기 성과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며, 초기 성과만으로 성인 최고 성취자를 가려내기는 어렵다는 의미”라고 했다.

성인기에 세계 최고가 된 이들의 공통점은 성장 초기에 특정 분야 하나에만 몰두하기보다 다양한 분야 경험을 병행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들은 어린 시절 평균 두 개 안팎의 다른 종목을 함께 경험했다. 노벨상 수상자들도 본 전공 외에 다른 학문이나 직업적 경험을 쌓은 사례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경험이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유연성을 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런 패턴이 과학, 스포츠, 음악, 체스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로 이어지는 발달 과정에는 분야를 초월한 공통 원칙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어린 시절 성과를 기준으로 한 조기 선발과 집중 훈련이 장기적으로는 최고 성취를 보장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