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렉라자’를 개발하려면 자금 확보가 관건입니다. 지금은 100% 자회사화를 통해 내부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국산 신약을 완성하는 게 목표이지만, 기술이전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결실을 내겠습니다.”

6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오스코텍 사옥에서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오스코텍

지난 6일 경기도 판교 오스코텍 사옥에서 만난 고종성 대표는 “차기 신약 개발의 성패는 물질 경쟁력과 시장성, 그리고 개발 타이밍과 자금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제2 렉라자’ 필요하지만…자금 조달이 최대 숙제

고종성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국산 신약 개발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연구자다. 2012년 출시된 국내 최초 당뇨병 치료제 LG화학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개발을 주도했고, 지난해 8월에는 첫 국산 항암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세상에 내놨다.

LG화학 신약연구소장을 지낸 그는 2008년 오스코텍 창업자인 김정근 전 대표가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자회사 제노스코에 합류했다.

제노스코에서 개발한 렉라자 후보물질은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됐고, 2018년에는 다시 미국 존슨앤드존슨(J&J)에 수출됐다. 현재 렉라자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유한양행이 60%,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각각 20%씩 받는 구조다.

지금까지 유한양행이 J&J로부터 받은 로열티는 총 3140억원으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이의 20%인 628억원씩을 받았다.

두 회사는 렉라자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제2, 제3의 렉라자를 만들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대규모 연구개발(R&D)에 투입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오스코텍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49억원이며, 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약 1254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이거나 연내 착수 예정인 임상만 고려해도 약 500억원 이상의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는 그간 다양한 자금 마련 방안을 모색해왔다. 앞서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이 추진됐지만, 주주들은 ‘쪼개기 상장’에 따른 가치 희석을 우려하며 반대했고,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미승인했다.

이후 오스코텍이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시도 역시 주주 반대에 부딪혔다. 오스코텍은 현재 제노스코 지분 59.12%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자회사화를 통해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익을 일원화하고, 지배구조를 정리한 뒤 주주 동의를 거쳐 확보한 자금을 제노스코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은 자회사화의 시점과 배경을 두고 “신뢰하기 어렵다”며 “이후 유상증자 등 가치 희석을 수반하는 자금 조달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5일 오전 경기 성남시에서 열린 오스코텍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 한 주주가 경영진을 향해 질의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이에 대해 고 대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주주분들이 제노스코가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물질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이해한다면 힘을 실어주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산 규모 자체가 커지고,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재원이 된다”며 “조직이 커질수록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개발 플랫폼의 완성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는 결국 인풋 대비 아웃풋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느냐의 문제”라며 “분산돼 있던 기능을 통합해 효율을 높이는 구조는 주주들에게도 충분히 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자회사화를 통한 내부 해결이 어려워진다면, 외부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선택지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업계에서 거론되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폐섬유증·DAC 신약, 자체 상업화 원하지만 기술이전도 선택지”

현재 고 대표가 ‘넥스트 렉라자’로 키우고 있는 핵심 파이프라인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GNS-3545’다. IPF는 폐에 섬유 조직이 쌓이며 폐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3종에 불과하다.

GNS-3545는 제노스코의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 ‘제노-K(GEN0-K)’로 발굴한 물질로, 섬유화·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신호 단백질인 ROCK2 카이네이즈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기존 치료제가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다면, 이를 대체할 차세대 후보물질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시작된 임상 1상은 약 7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현재 전체의 약 3분의 1이 완료됐다. 고 대표는 “약동학(PK) 지표에서 예상보다 흡수가 잘 됐고, 반감기도 하루 한 번 투약이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투약은 6월 말 종료될 예정이며, 9월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곧바로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주 중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신청할 예정이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과 허가 과정에서 신속 심사, 2상만으로 조건부 승인, 허가 신청 수수료 면제, R&D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판매 승인 이후에는 최대 10년간 미국 시장 독점권도 보장된다.

고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국산 신약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면서도 “현실적인 여건에 따라 2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소한 아시아 상업화 권리는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정서희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은 항체-분해약물 접합체(DAC) 기반 항암제다.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페이로드)을 결합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라면, DAC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항체에 붙일 페이로드로 쓴다. 암세포 안의 특정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차세대 기술로, 현재 세포 실험이 진행 중이며 이후 동물 실험을 거쳐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고 대표는 연구를 통해 DAC 페이로드 플랫폼을 개별적으로 기술이전해 수익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고 대표는 “지금은 ADC가 최고 항암제로 꼽히지만, 약물이 결합하는 부위에 변이가 생기거나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미미해지는 단점이 있다”며 “지금이 향후 ADC를 대체할 차세대 항암제인 DAC를 개발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DAC 물질을 차세대 폐암·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다만 DAC는 아직 글로벌 제약사들도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가지 않은 초기 기술로, 후보물질 발굴 이후 비임상·임상 단계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자체 개발을 기본 방향으로 두되, 개발 단계와 재무 여건에 따라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고 대표는 연구자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 대표는 “보스턴에서 머물며 미국 바이오 산업을 지켜보니 이 정도의 분쟁은 흔한 일”이라며 “그럼에도 연구자로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와 투자자들이 이해해 주신다면,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며 “회사를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기업으로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