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 릴리가 올해부터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했다.
오는 3월 위고비의 중국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현지 기업들이 복제약을 앞다퉈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해진 중국 ‘위고비’ ‘마운자로’
5일 로이터 통신과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Yicai)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고용량 제품 2종 가격은 1894위안(약 39만원)에서 988위안(약 20만원)으로 낮아진다. 기존 가격보다 48% 가량 저렴해졌다.
일라이 릴리 역시 지난 1일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운자로의 가격을 낮췄다. 중국 대형 배달·이커머스 플랫폼 메이투안, 알리헬스 등도 앞다퉈 할인된 가격으로 마운자로를 내놓고 있다. 메이투안에선 최근 마운자로 10㎎ 제형을 기존 2180위안(약 45만원)에서 대폭 저렴해진 450위안(약 9만원)에 살 수 있을 정도다.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두 글로벌 회사가 이처럼 중국에서 가격 할인 경쟁에 나선 것은 중국이 비만 치료제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2030년까지 중국 인구의 65% 이상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의 중국 특허가 유독 짧은 까닭
위고비의 중국 내 특허가 곧 만료되는 것도 가격 인하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에선 위고비 특허가 3월 20일에 만료될 예정이다. 나라마다 약물 특허 기간이 다른 것은 특허가 ‘속지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현지 제약사들이 특허 무효 소송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당국도 자국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글로벌 특허를 심사하면 다른 나라보다 특허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중국 특허청은 2022년 현지 제약사 화동제약이 ‘위고비 성분이 기존 약물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소송을 제기하자 1심에서 화동제약의 손을 들어줬었다. 이후 노보 노디스크가 항소, 중국 법원은 특허 유효성을 다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기존대로 특허 만료일이 2026년 3월까지 유지된 것이다. 인도에서도 위고비 특허는 올해 3월에 끝난다.
반면 우리나라는 위고비 특허가 본래 올해까지였으나 노보 노디스크가 한국 식약처에서 특허 허가를 받기 위해 소요된 시간 등을 근거로 ‘특허 존속 기간 연장’ 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국내 특허가 2028년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미국 위고비 특허는 2031년까지다. 본래 특허 기간이 2026년까지였으나 특허권 존속 기간 연장 및 조정을 거쳐 연장됐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 특허 만료에 맞춰 복제약을 시장에 빠르게 내놓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중국 바이오 제약 컨설팅 회사 파넥스클라우드에 따르면, 중국에선 이미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 10종이 판매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중국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비만 치료 신약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약사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는 자사 비만 치료 신약 ‘마즈두타이드’를 지난 7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식욕 억제, 에너지 대사량을 늘리는 기능을 포함한 ‘이중 작용’ 약물이다. 임상 3상 결과에선 마즈두타이드(6㎎)를 32주 투여할 경우, 10% 넘게 체중을 감량할 확률이 48%가량이나 됐다. 중국 현지에서 “최근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마즈두타이드가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중국 제약사들도 자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CSPC는 경구형 비만 치료제, 근육은 늘리고 지방은 줄여주는 차세대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항저우 지우위안은 ‘지유타이’라는 위고비 복제약을 개발, 판매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