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언 박사. /고등과학원

60년 가까이 수학 난제로 꼽히던 ‘소파 움직이기 문제’를 해결한 한국인 연구가 지난해 10대 수학 혁신 사례로 선정됐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작년 말 ‘2025년의 10대 수학 혁신(The Top 10 Math Discoveries of 2025)’의 하나로 소파 움직이기 문제를 풀어낸 백진언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31·허준이펠로)의 연구를 선정했다.

소파 움직이기 문제. 수평 복도에서 시작해 직각 코너를 돌아 수직 복도로 빠져나올 수 있는 도형 중 가장 넓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 문제다. /고등과학원

‘소파 움직이기(Moving Sofa Problem)’란 1966년 캐나다 수학자 레오 모저가 제안한 난제다. 폭이 1인 L자 형태의 직각 복도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면적의 평면 도형, 즉 ‘이상적인 소파’의 형태를 찾는 문제다. 즉 폭이 좁은 복도에서 직각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도형은 무엇인지 묻는 문제다.

문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약 60년간 수학계의 도전 과제로 남아 있었다.

거버 교수가 제시한 소파 도형./고등과학원.

1992년 수학자 조셉 거버(Gerver)가 복잡한 곡선으로 이뤄진 도형(선 조각 18개로 이루어진 형태)을 유력한 답으로 제시했지만, 이것이 정말 최적의 답인지 증명한 사람은 없었다.

답을 내놓은 이가 백진언 박사다. 그는 연세대 박사후연구원이던 2024년 11월, 이 문제에 7년간 도전한 끝에 119장에 달하는 논문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그가 내놓은 답은 ‘거버의 소파보다 더 넓은 소파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시트콤 시리즈 '프렌즈'의 한 장면. 로스(오른쪽 위)와 친구 레이첼(뒷모습), 챈들러(왼쪽, 소파에 가려져 있음)가 가구 매장에서 산 소파를 계단으로 옮기기 위해 낑낑대는 장면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시트콤 프렌즈의 로스 겔러가 외쳤던 '회전(Pivot)!'을 설명하는 데 왜 무려 (백진언 박사의) 119쪽짜리 논문이 필요했는지 시간이 지나면 분명해질 것"이라고 썼다. /유튜브 캡처

백 박사의 증명은 현재 계속 동료 검토를 거치는 중이다. 수학계 최고 학술지 ‘수학 연보’에 투고돼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수학계에선 백 박사의 증명이 맞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난 2월 백 박사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그의 증명은 아직 엄밀한 동료 심사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백진언과 이 문제를 잘 아는 수학자들의 초기 반응은 대체로 낙관적”이라고 썼다. 또한 “(그동안) 여러 연구자는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존해 소파 최대 크기를 풀어나갔지만, 백진언의 최종 해법은 컴퓨터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도 했다.

백 박사는 만 39세 이하 젊은 수학자를 최대 10년간 지원하는 ‘허준이 펠로’에 지난해 8월 선정된 상태다. 현재 그는 조합적 기하학에 있는 최적화 문제 및 난제 풀이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