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개념도(AI 생성 이미지) /KAIST·네오로직스

암이 무서운 이유는 치료 후에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장기 기억’하게 만들어 재발까지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기술을 선보였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연구팀은 SCL 사이언스 자회사인 ㈜네오젠로직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개발의 핵심 요소인 신생 항원을 예측하는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세계 최초로 B세포 반응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적용한 연구다. 김정연 박사와 안진현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2월 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기존 항암 백신 한계, “공격 잘했지만, 기억은 약하다”

그동안 항암 백신을 개발할 땐 보통 ‘T세포’를 주목했다. T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T세포만으로는 암세포를 계속 오래 기억하고 공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암을 예방하고 이를 통해 재발을 막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정균 교수팀은 이때 B세포에 주목했다. B세포는 우리 몸속 암세포의 고유 표식(신생항원)을 인식해 항체를 만들어내는 세포다. 이를 통해 우리 몸에 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몸에서 ‘암세포 수배 전단’을 만들어 몸속 면역 시스템에 계속 뿌리는 것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B세포까지 설계하는 AI 개발

기술의 배경 모식도. /KAIST

특히 연구팀은 환자의 암세포 돌연변이가 B세포와 얼마나 잘 결합할지 예측하는 세계 최초의 AI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의 항암 백신 AI는 T세포 반응성에만 집중돼, B세포 반응까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AI에 ‘암세포 DNA에서 생기는 돌연변이 단백질(신생항원) 구조’, ‘B세포가 가진 면역 수용체(BCR) 모양’ 등을 학습시켰고, 이를 통해 암세포와 B세포가 얼마나 잘 맞물릴지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신생 항원이 B세포를 가장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을지 수치화하여 계산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암세포만 정확히 노리는 신생 항원을 고르고, 그중 B세포와 잘 반응하는 항원을 선별했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을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암을 공격하면서도 암을 기억하는 백신’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27년, 실제 사람에게 투여 목표

왼쪽부터 KAIST 최정균 교수, 김정연 박사와 안진현 박사. /KAIST

연구팀은 이미 동물 실험과 기존 임상 데이터를 통해 이 AI 모델이 실제 항암 효과를 크게 높인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정균 교수는 현재 네오젠로직과 함께 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최정균 교수는 “2027년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미국 FDA에 임상시험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