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9500년 전 화장(火葬)터가 발견됐다. 이전까지 아프리카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화장 사례는 3500년 전 목축을 하던 신석기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났다. 이번 화장터는 성인 시신을 불태운 곳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기록도 세웠다.
제시카 톰슨(Jessica Thompson) 미국 예일대 인류학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아프리카 남동부 말라위의 한 산기슭에서 수렵채집인들이 성인 여성을 장작더미 위에서 화장한 흔적을 찾았다”고 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아프리카 수렵채집 사회에서 화장 풍습이 확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머리 없이 불태운 유해 흔적 발견
말라위 북부 카시투강 근처에는 110m 높이의 바위산인 호라산이 있다. 이곳은 1950년대부터 발굴돼 수렵채집인들의 매장지로 밝혀졌다. 앞서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에 사람들이 처음 정착한 것은 약 2만1000년 전이며, 1만6000년 전부터 8000년 전 사이에 매장지로 사용됐다. 매장된 모든 유해는 완전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2018년과 2018년 발굴을 통해 호라산의 바위 언덕 유적지인 호라1(HOR-1)에서 퀸 사이즈 침대 크기의 장작더미 흔적을 발굴했다.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를 측정한 결과 연대가 9540~9454년 전으로 나왔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탄소도 질량이 12와 14인 동위원소가 있다. 탄소14는 시간이 지나면 질소로 바뀐다. 과학자들은 유기물에 포함된 탄소14의 비율을 분석해 연대를 추정한다.
화장터에서는 재와 함께 불에 탄 유골 조각 170점도 나왔다. 대부분 팔다리뼈였다. 화장된 인물은 18~60세 성인 여성으로 키는 145~155㎝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뼈가 열을 받고 변화된 형태를 분석해 여성이 사망 후 며칠 이내에 화장됐음을 확인했다. 또 뼈에 남은 절단 흔적은 화장 전에 시신의 살을 발라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화장터에서는 살점을 제거하는 데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와 부싯돌도 나왔다.
논문 공동 저자인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의 엘리자베스 소츄크(Elizabeth Sawchuk) 박사는 “놀랍게도 화장터에서 치아나 두개골 조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불에 타도 잘 보존되는 부위라는 점에서 화장을 하기 전에 머리가 제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같은 지역에서 시신 일부를 보존하는 풍습이 관찰됐다는 점에서 두개골을 보존해 조상을 기억하고 숭배하는 장례 풍습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화장 중 고온 유지, 조직적 사회의 증거
인류는 오래전부터 시신을 태우는 화장을 했다. 앞서 호주 멍고 호수(Lake Mungo)에서 약 4만 년 전 불탄 여성 유해가 발견됐다. 하지만 시신을 태우고 매장한 유적이지, 화장 현장을 보여주는 장작더미 유적은 그로부터 3만 년 후에야 나타났다. 가장 오래된 화장터 유적은 1만 1500년 전 미국 알래스카 자사나(Xaasaa Na’) 유적지에서 발굴됐다. 2010년 이곳 주거지 유적 한 가운데 화덕 안에서 불에 탄 3세 아이의 유골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말라위의 화장터는 당시 수렵채집 사회도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한 화장을 할 정도로 조직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제시카 세레조-로만(Jessica Cerezo-Román ) 오클라호마대 인류학과 교수는 “화장은 예나 지금이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아주 드문 관행”이라며 “시신을 재로 만들 장작더미를 쌓고 화력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장작더미를 쌓기 위해 최소 30㎏의 나무를 모아야 했을 것”이라며 “이는 상당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재 퇴적물과 뼈조각 분석에 따르면, 당시 섭씨 500도 이상 고온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연료를 추가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대의 조엘 아이리시(Joel Irish)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그렇게 이른 시기에 일시적으로 머물렀던 수렵채집인들이 화장터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다”며 “당시 수렵채집인들도 이미 고도로 발달된 신앙 체계와 높은 수준의 사회적 복잡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호라1 유적지에서는 여성을 화장하고 500년 이내에 장작더미 위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신을 태운 흔적은 없었다. 연구진은 화장터애서 일종의 추모 행사를 했다고 추정했다.
톰슨 교수는 “사람들이 화장을 한 장작더미의 위치를 기억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했음을 시사한다”며 “매장된 다른 유해와 달리 한 여성만 화장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을 만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6),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z9554
Science(2011), DOI: https://doi.org/10.1126/science.1201581
World Archaeology(1970), DOI: https://doi.org/10.1080/00438243.1970.9979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