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연구·개발(R&D)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1만5000여 명 부족하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 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 전반의 인력난보다 R&D 인력 부족이 더 두드러지면서 첨단기술 경쟁력의 현장 체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29일 ‘2025년도 기업 연구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기업 부설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 연구인력 규모는 40만9160명이며, 이 중 부족 인원은 1만5101명으로 집계됐다. 부족률은 3.6%로, 전체 산업계 노동인력 부족률(2.5%)이나 산업기술인력 전체 부족률(2.2%)보다 높은 수준이다. 협회는 R&D 채용 시장에서 “구인난과 직무 미스매치가 함께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인력 공백이 두드러졌다. 해당 분야 기업연구소 연구 인력은 12만5051명으로 전체의 30.6%를 차지했지만, 부족 인원은 6886명으로 전체 부족 인력의 45.6%에 달했다. 첨단 기술 분야로 갈수록 인력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셈이다.
기술 분야별 부족 인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1540명), 인공지능(AI)(1394명), 첨단 바이오(1392명) 순으로 많았다. 부족률로 보면 차세대 원자력(16%)이 가장 높았고, 사이버 보안(11.8%), 첨단 로봇·제조(8.9%)가 뒤를 이었다.
학력별로는 학사 인력이 8546명으로 가장 많이 부족했고, 석사 4447명, 박사 1538명 순이었다. 다만 부족률은 학사 3.5%, 석사 4.0%, 박사 4.8%로 학력이 높아질수록 상승해 고급 연구 인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더 빡빡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전략 기술 분야만 따로 보면 고급 인력 쏠림 현상이 더 뚜렷했다. 석사 부족 인원의 51.4%, 박사 부족 인원의 60.8%가 12대 국가 전략 기술 분야에서 발생해, 핵심 분야에서 고학력 연구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별 격차도 확인됐다. 수도권 기업의 연구 인력 부족률은 3.0%인 반면 비수도권은 5.1%로 더 높았다. 비수도권 가운데서는 호남권(8.0%), 강원특별자치도(7.1%), 제주특별자치도(6.1%)의 부족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인력난에도 기업들의 채용 계획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내년 채용할 예정인 연구 인력은 1만9463명으로, 최근 1년간 실제 채용 인원(2만6392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경기 불확실성, 인건비 부담, 즉시 전력 선호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산기협은 정부 지원 정책과 관련해 기업들은 대학-기업 간 인력 교류 및 연계 활동 지원, 연구 인력 정보 제공 등 기업 채용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R&D 인력 부족률이 다른 인력군보다 높다는 것은 산업 경쟁력의 기반인 연구·개발 현장에서 인력난과 미스매치가 동시에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가 전략 기술 분야는 고급 인재 확보가 기술 주도권과 직결되는 만큼, 산학연 연계 강화와 중장기 인력 양성·유입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