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올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했다.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1∼12월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 수출 규모는 약 145억3000만달러(약 20조9900억원, 비공개 계약 제외)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기술 수출 규모 약 55억4000만달러(약 8조원)보다 162%가량 증가한 것이다.

바이오 기술 수출은 크게 플랫폼 기술과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기술로 나뉘는데, 올해는 특히 플랫폼 기술 수출 성과가 돋보였다.

가장 큰 계약은 4월 에이비엘바이오가 영국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한 것으로 혈뇌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30억2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주요 기술은 약물이 혈뇌장벽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보다 적은 약물을 사용해도 돼, 부작용 위험도 줄어든다. 뇌 주변에 있는 혈뇌장벽은 외부 물질이 우리 뇌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뇌를 보호하는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신약 물질이 뇌에 전달되는 것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에도 그랩바디-B 플랫폼을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25억6200만달러(약 3조7487억원)로 올해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알테오젠도 지난 3월 메드이뮨에 13억5000만달러(약 1조9553억원) 규모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를 기술 수출했다. 메드이뮨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오 연구 개발 부문 자회사다.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핵심 기술이다. 혈관(정맥)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데 30분~1시간가량 걸리지만 피하주사제형은 투여 시간이 1~2분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알지노믹스는 5월 일라이 릴리와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리보핵산(RNA) 편집 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알지노믹스는 질병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RNA 구간을 선택적으로 잘라내고 정상 서열로 교체(치환)하는 RNA 치환효소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 기술 이전도 잇따랐다. 에이비온은 6월 항체의약품 ‘ABN501’에 대해 약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스코텍과 아델은 이달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에 10억4000만달러(약 1조5288억원) 규모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의 기술을 수출했다.

아델과 오스코텍이 공동 개발한 ADEL-Y01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타우 단백질 중에서도 정상 타우에는 작용하지 않고, 뇌에 쌓여 독성을 유발하는 ‘아세틸화 타우(acK280)’만을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단일클론항체다.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에임드바이오는 10월 독일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에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9억91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이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인 페이로드, 이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일반 세포에 가해지는 악영향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어 ‘암세포를 잡는 유도미사일’이라 불린다.

이외 올릭스, 지놈앤컴퍼니, 앱클론, 나이벡, 아리바이오, DXVX, 에빅스젠, 일동제약그룹의 아이디언스, 보로노이, 소바젠 등도 올해 기술 수출 소식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