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건강과 직결된다. 단 하루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다음 날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등으로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면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8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수면 산업 규모는 2020년 87조원에서 2030년 163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수면 장애 환자가 130만 명을 넘어섰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앞다퉈 수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 “스마트폰으로 수면 진단”… 디지털 헬스 확산
종근당은 최근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수면 무호흡증을 진단하는 디지털 의료기기 ‘앱노트랙’을 국내에서 공동 판매한다고 밝혔다. 앱노트랙은 수면 중 스마트폰으로 호흡음을 측정하면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수면 무호흡증 위험을 알려준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비만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낮 동안 극심한 졸림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방치할 경우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에는 병원에서 뇌파 측정 장비 등을 부착해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앱노트랙은 별도 장비 없이 간편하게 검사가 가능하다. 종근당 관계자는 “전국 병·의원 영업망을 활용해 공급할 계획”이라며 “당뇨·고혈압 치료제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고 했다.
수면 기능성 원료 개발도 활발하다. 일동제약그룹 계열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수면 관련 유산균 ‘IDCC 1201’을 연구 중이다. 동물 실험에서 깊은 수면 비율이 증가하고 각성 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관련 연구 결과는 최근 영국 왕립화학회(RSC) 학술지에 실렸다. 회사 측은 인체 적용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개별 인정형 원료로 신청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노리는 신약… 비만 치료제도 수면 무호흡증에 활용
SK바이오팜은 최근 수면 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중국 국가의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았다. 솔리암페톨은 수면 무호흡증과 기면증으로 낮 시간 과도한 졸림을 겪는 성인을 치료하는 중추신경계 약물이다. 회사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가 1억7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도 수면 무호흡증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비만 치료에 이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역시 체질량지수(BMI) 27 이상인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다.
수면 유도제와 멜라토닌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나이가 들수록 분비량이 감소한다. 동아제약은 최근 국내 첫 액상형 수면 유도제 ‘이지퀼나잇액’을 선보였다. 항히스타민 성분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빠른 수면을 돕는다.
JW중외제약의 ‘멜라마인드’는 피스타치오에서 추출한 식물성 멜라토닌과 유산균을 함께 담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불규칙한 수면, 시차, 소음 등으로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수면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