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총출동한다. 이는 투자은행(IB) JP모건이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최대 헬스케어 산업 투자 행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2~15일(현지 시각) 제44회 JP모건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에 머크, 화이자,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빅파마와 바이오 회사들이 대거 참여해 내년 사업 계획과 중장기 R&D 전략 등 전망을 발표한다.
한국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디앤디파마텍, 휴젤 등 5곳이 공식 발표 무대에 초청돼 오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메인 행사장인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되는 ‘메인 트랙’에서 발표한다. 알테오젠, 디앤디파마텍, 휴젤은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 발표로 각 사의 기술 경쟁력을 알리고 주요 연구 개발과 글로벌 사업 계획을 소개할 예정이다.
◇ 삼성바이오 미국 생산 관심 집중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10년 연속 참가다. 이번에도 존림 사장이 직접 현장에서 해외 투자 유치와 협력 강화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공장 인수 이후 글로벌 전략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올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분할에 이어 영국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보유한 미국 내 생산시설을 2억8000만달러(약 414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주체는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로 내년 1분기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이번 행사에서 존림 사장이 한국과 미국 내 상업 생산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과 중장기 사업 비전 등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별도 발표 무대 없이 초대만 받아 행사에 참가하거나, 행사 기간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사업 미팅을 갖는 기업들도 많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자회사가 된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로킷헬스케어, 메드팩토, 알지노믹스,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에스티큐브, 에임드바이오, 오렌지바이오메드, 온코닉테라퓨틱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의 실무진도 이번 출장길에 오른다.
현장에서 파트너링, 투자 유치, 기술 수출 등 사업 기회를 키우려는 것이다. 실제 매년 행사 전후로 인수합병(M&A)과 기술 수출, CDMO 수주 등 대형 거래가 쏟아졌다. 이에 ‘JPM 위크(Week)’라 불리는 행사 주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호텔 곳곳에서 비상장 스타트업 모임, 바이오 기술 회사의 투자 유치 쇼케이스 행사 등이 별도로 열려 지역 일대 호텔과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번 행사에는 투자자·기업인 80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됐다.
◇ 셀트리온·SK·롯데 차기 리더십 강화 행보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 재계 2~3세의 한층 커진 존재감도 보인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가 단독 참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2024년과 올해 1월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부자(父子)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서 대표가 단독 참가해 직접 간담회와 미팅을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 회장은 성대 수술 이후 회복 등 건강상의 이유로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 불참했다. 이때도 서 대표가 주총을 이끌며 주주들과 소통했다. 이에 일각에선 본격적인 리더십 교체 신호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 등이 직접 글로벌 기업, 투자 기관들과 실무 미팅을 이어갈 예정이다. SK바이오팜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별도 발표는 없다.
각 회사 관계자는 “행사 주간에 관계사, 잠재 고객사들과 논의하는 미팅을 릴레이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매우 바쁜 출장 일정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신유열 부사장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장과 함께 현장을 누빌 예정이다. 롯데는 지난달 신 부사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JP모건 행사에서는 이동훈 사장과 최윤정 본부장이 동행해 이 사장이 발표를 맡고, 최 본부장이 함께 관계사들과 미팅을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엔 최 본부장만 참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SK바이오팜은 조직을 개편하고 최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신설된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통합한 부서다. 회사는 미래 전략 추진 속도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SK그룹 모두 바이오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삼고 총수 일가 3세가 바이오 사업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바이오 사업 성공이 향후 경영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