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인공지능(AI) 챗봇에 물어볼까?"
궁금한 건 일단 AI 챗봇에 물어보는 게 당연해진 요즘이다. 숙제를 하거나 보고서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AI는 빠르고 매끄럽게 결과물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그러나 이렇게 AI 챗봇에 의존할수록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AI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가 이런 연구들을 모아 지난 21일 소개했다.
◇“AI 쓸수록 우리 뇌는 덜 움직였다”
지난 6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보스턴 지역에 거주하는 18~39세 참가자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챗GPT를 사용하는 그룹’, ‘구글 검색 엔진을 사용하는 그룹’, ‘아무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 그룹’이다.
이후 이들에게 SAT 에세이를 여러 편 쓰게 한 뒤, 머리에 전극을 붙여 32개 뇌 영역 활동(EEG)을 측정했다. 그 결과, 세 그룹 가운데 챗GPT를 사용한 참가자들의 뇌 활동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챗GPT 사용자들이 신경학적·언어적·행동적 수준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가장 낮은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일부 참가자는 자신이 쓴 글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험이 수개월에 걸쳐 반복될수록 변화는 더욱 또렷해졌다. 챗GPT를 사용하는 참가자들은 점점 더 AI 챗봇에 의존했고, 나중엔 ‘복사·붙여넣기’로만 글을 쓰려는 경향까지 보였다. 연구진은 “AI 사용이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초보자일수록 AI 완벽하다 믿었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은 연구는 또 있다. 카네기 멜론대학교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올해 초 직장인 3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업무를 하면서 AI 도구를 쓰도록 했고, 이때 사고 과정을 설문으로 추적했다.
연구진은 특히 △AI 결과를 의심하거나 검증했는지 △AI 답변을 수정·보완했는지 △AI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는지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AI가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점검하는 작업을 덜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자, 경험이 적은 직원, AI 도구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아직 약한 사용자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critical thinking effort)’이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낮출 위험이 있다”면서 “AI는 일을 빠르게 해주지만, 너무 의존하면 스스로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AI 쓰면…성적 ‘반짝’ 좋아져도 학습 효과는 줄어들 수도
학생들 역시 AI를 두고 엇갈린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OUP)가 영국 중·고등학생 약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응한 학생 10명 중 6명은 “AI 때문에 공부 실력이 나빠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10명 중 9명은 “AI가 공부에 도움이 된 적도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UCL)에서 AI와 교육을 연구하는 웨인 홈스 교수는 “AI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반짝 과제 성적이 좋아질 순 있지만, 오히려 학습 효과는 나빠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홈스 교수는 또한 “AI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AI의 한계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써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