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의 이른바 ‘먹는 위고비’가 22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통과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날 FDA가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25㎎(상품명 리벨서스)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바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주사제 위주의 비만 치료 접근성을 크게 넓히는 전환점이 될 뿐 아니라, 시장 판도 자체를 바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DA 첫 승인 받은 ‘먹는 위고비’… 149달러에 공급

노보 노디스크 마이크 두스트다르 CEO는 이날 “알약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그는 “오늘 경구용 위고비가 승인되면서 환자들은 편리한 1일 1회 복용 알약으로, 기존 위고비 주사제만큼의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 알약을 내년 초쯤에 출시할 예정이다. 초기 용량(1.5㎎)은 내년 1월 초부터 약국과 일부 원격 진료 등을 통해 월 149달러에 공급된다고 밝혔다. 이는 비슷한 비만 치료제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기존의 주사 치료제 생산비보다 알약 생산비가 비교적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또한 아직 더 높은 용량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보험 적용 여부와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추가 정보도 추후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약 9%가량 뛰어올랐다.

◇64주에 최대 16.6% 체중 감소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비만 치료제는 임상 결과 최대 16.6%까지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승인은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또한 중도에 약을 중단한 환자까지 포함해 분석해도 평균 체중 감소율은 13.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경구 비만 치료제보다도 다소 더 높은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FDA는 또한 이번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비만약을 비만이 있으면서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의 심근경색, 뇌졸중을 낮추는 용도로도 승인했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주사제 위고비가 갖고 있는 것과도 동일한 적응증이다. 두 약물 모두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같은 유효 성분을 쓰고 있다.

단점도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알약은 펩타이드(단백질) 기반 약물로 매일 복용 후 30분 동안 음식·음료 섭취를 피해야 한다. 약을 먹은 직후 30분은 금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일라이 릴리의 알약은 펩타이드가 아닌 소분자 계열로, 체내 흡수가 더 쉬워 식사 제한이 필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는 비만약 전쟁’의 서막

이번 승인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최대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보다 먼저 GLP-1 계열의 먹는 비만약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현재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 같은 주사 형태의 GLP-1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고, 역시 자체적으로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FDA 승인을 받지는 못한 상태다.

업계는 이번 FDA 승인이 ‘먹는 비만약 전쟁’의 서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엔 약 1000억달러(약 148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경구형 비만 치료제가 2030년쯤엔 전 세계 체중 감량 치료제 시장의 24%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